50대 금융자산 비중 20%대… “부동산 활용 재테크 나서야” [심층기획-실버 푸어 시대 경고음]

이도형 2023. 7. 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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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재테크가 老테크
韓, 美·英·日·濠 대비 금융자산 비중 낮아
대부분 ‘안전한 예·적금’·실물자산 차지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 기대하기 어려워
취약한 노후준비… 실물자산 유동화 필요
퇴직연금 수익률도 선진국보다 떨어져
평균 5%대 이익 ‘디폴트옵션’ 활용 권장
노년 생계비 해결 대안 ‘주택연금’ 각광
10월부터 가입 상한액 12억까지 올라
60%.

지난 2월 한국갤럽이 한국 국민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후 생계유지’를 누가 돌봐 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는 “나 스스로”라고 답했다. 노후 생계유지를 정부나 사회가 챙겨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33%에 그쳤고, ‘자녀’가 챙겨야 한다는 응답은 4%였다. 2023년의 한국인들은 노후 대비를 ‘공동체’나 ‘가족’과 함께하는 게 아닌,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상 노후 준비가 잘되어 있지는 않다. 같은 조사에서 노후 생계유지에 대한 질문에 54%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특히 한참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인 30대부터 50대까지(30대 61%, 40대 57%, 50대 59%) ‘불안하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한국인 다수는 노후 준비에 관심이 많고, 또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지만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 비중이 높아 노후 생계비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 노후 준비를 위한 다수 재테크가 퇴직연금이나 예·적금 등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등이 한국인의 노년 대비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적극적인 금융자산 재테크나, 주택연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유동화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주문이 따르는 이유다.
◆너무 낮은 금융자산… ‘은퇴 후’ 생계비가 없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2021년 말 기준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의 금융·비금융자산을 분석해 본 결과, 한국 가계자산 중 금융 비중은 35.6%, 비금융자산은 64.4%였다. 한국은 미국(71.5%), 영국(53.8%), 일본(63.0%), 호주(38.8%)와 비교해 봤을 때 가계 금융자산 비중이 제일 낮았다. 반면 비금융자산 비중은 한국이 제일 높았다.

한국인의 자산은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자산이라 하더라도 예금·적금 등 ‘안전한’ 자산 위주다. 부동산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은퇴 이후 생계비 마련 곤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부동산은 환금성(상품과 화폐 간 교환 속도)이 약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를 토대로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은퇴하지 않은 50대 가구주가 있는 가구의 노후 준비 상황별 자산 구성을 볼 때 ‘노후 준비가 보통이다’라고 답한 수도권 가구에서 금융자산(2억487만원)과 실물자산(7억7858만원) 간 비중은 금융 20.8%, 실물 79.2%였다. 반면 ‘노후 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고 답한 수도권 가구에서 금융자산(9억5033만원)과 실물자산(16억9571만원) 간 비중은 금융 35.9%, 실물 64.1%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난다. 황명하 100세시대 연구소 연구위원은 “비수도권의 ‘아주 잘 되어 있다’ 가구는 수도권의 ‘잘 되어 있다’ 가구 대비 자산이 3억5500만원 적지만, 금융자산은 4300만원가량 많다”면서 “지역별 물가 차이를 고려해도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가구가 노후 준비 상황이 더 좋다”고 지적했다.

◆수익률도 문제… ‘디폴트 옵션·주택연금 활용’

은퇴 준비를 시작한 다수 한국인은 퇴직연금을 ‘주 무기’로 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발간한 ‘미래설계보고서’에서 한 설문조사 결과 30∼50대 직장인 중 은퇴 준비를 시작했다는 응답은 76.7%였는데, 이 중 은퇴 준비를 위한 저축상품(중복 응답)은 퇴직연금이 7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예·적금(66.7%), 주식(51.9%) 등 순이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대체로 낮은 예·적금 수익률은 물론, 퇴직연금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물가 상승이 뚜렷한 상황에서 수익률도 낮다 보니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한은행 조사에서 보유한 퇴직연금의 현재 수익률이 5% 미만이라는 응답은 74%로 전체의 4분의 3에 육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적립금 295조6000억원)의 연간수익률은 2%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평균 6∼8%인 것과는 대비된다.

시중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예·적금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고, 주식은 원금 보장을 장담할 수 없어 근로소득이 사라지는 노후를 위한 대비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1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해 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가입 형태는 회사가 직접 적립금을 운영하는 확정급여형(DB), 투자 방식을 가입자가 고를 수 있는 확정기여형(DC),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과 투자 방식 둘 다 선택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가입자가 DC와 IRP를 선택할 경우, 의무적으로 디폴트 옵션을 설정해야 한다. 가입자는 금융회사가 투자위험 등급에 따라 제시하는 운용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이후 별도 운용 지시가 6주 동안 없을 경우 사전 지정 옵션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디폴트 옵션은 총 296개가 승인되어 223개 상품이 판매·운용되고 있고 총 적립금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8000억원 증가하였다. 운용 중인 상품의 6개월 수익률 평균은 약 5.8%로 집계됐다.

환금성이 낮은 실물자산을 이용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55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내 집에 살면서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받는 제도다. 주금공이 담보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저당권 방식과 주택소유권을 주금공에 신탁하는 신탁 방식으로 나뉘어 있으며 선택에 따라 연금액을 일시에 받거나 기간에 따라 나눠 받을 수도 있고, 일정액을 균등하게 받거나 연월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또 거주자 사망 후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이 집값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공시가격 9억원까지인 주택연금 가입 상한이 오는 10월부터 12억원까지 상향 조정된다.

이도형·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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