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자회담 ‘밀착’… 북·중·러 대항 ‘자유진영 결속’ 메시지 [8월 한·미·일 정상회의]

이현미 2023. 7. 20. 1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의미
다자회의 참석 계기 아닌 별도 만남
北核위협 대응 안보공조 강화 기대
印太 전략·경제안보 협력 논의할 듯
美대통령 공식 별장… 군사시설 분류
중요 외교적 합의 이룬 역사적 장소
韓선 MB가 처음 찾아 부시와 회동

한·미·일 정상이 내달 18일(현지시간)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별도의 첫 3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북핵 위협 대응 등 안보를 고리로 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북·중·러에 대항한 자유진영의 결속을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3국은 대북 억지력 강화 등 안보협력과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강화,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달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의 미 백악관 회동이 점쳐졌으나 캠프 데이비드가 회동 장소로 낙점되면서 3국 회동의 의미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는 것은 친근감 혹은 사안의 엄중함을 나타내는 표시로 해석되곤 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43년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를 초대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구상을 가다듬는 등 2차 세계대전 전략을 논의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인 1978년에는 중동의 숙적 이집트와 이스라엘 정상이 이곳에 모여 13일간 협상을 했다. 양국의 역사·종교 전쟁을 종식한 당시 평화협정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불린다.

미국은 북핵·미사일 대응을 넘어 더 넓게는 중국, 러시아에 대항해 동북아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부상으로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다.

이번 3국 회동은 그간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윤 대통령의 결단과 한·일, 한·미, 한·미·일이 수차례 회동한 성과를 보여 주는 대미가 될 전망이다. 다자회의 참석 계기가 아닌 한·미·일 정상이 3국 회동을 위해 따로 모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의 모습. 별장이지만 미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로,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캐탁틴 산맥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8월18일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백악관 정보 홈페이지 캡처
3국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 등 대북 억지 강화 방안을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으로 도발을 이어 가고 있어 대북 제재 공조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자원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 경제안보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을 토대로 한·중·일 정상회의나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로 매년 정상회의를 열어 온 쿼드(Quad)와 같은 정례적인 정상 협의체를 만드는 구상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간의 핵협의그룹(NCG)이 거론될 수는 있지만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로서 핵 전력을 동원하는 데 거부감이 있는 일본 국내 여론과 미·일 간의 협력을 구상하는 일본 정부의 상황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탁틴산의 수목 지대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공식 휴양지로 중요한 외교적 합의가 이뤄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루스벨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42년 연방정부 직원들의 휴양지로 처음 건설돼 후임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대통령 휴일 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당시에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 이상향으로 그려진 ‘샹그릴라’로 불렸다. 미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로 분류돼 ‘캠프(군 기지)’라는 이름이 붙었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1953년 손자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고 명명했다. 약 73만㎡ 면적에 산책로, 골프연습장, 테니스코트, 수영장 등 휴양 시설과 사무실, 회의실,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한국 대통령 중에는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를 찾아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시간40분간 경내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현미·유태영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