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부리는 아이 팔만 잡아도 아동학대”…학생 지도 손 놔버린 교실
◆ 추락하는 교권 ◆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지도는 물론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에서 폭언·폭행이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서울교사노조와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A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반 학생인 B군에게 교실에서 폭행을 당했다. A교사는 초등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이 B군으로부터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바닥에 내리꽂히는 등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충남 천안에서는 손자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으려던 할머니가 교사와 다투는 과정에서 폭언과 삿대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고, 인천에서는 2021년 30대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수업 중이던 교사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했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처럼 언론에 알려진 사례 외에도 학부모의 폭언·욕설이나 악성 민원,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 등에 시달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교단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원 상해·폭행은 361건으로 2017년 116건의 3배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오른 교육활동 침해 사안도 지난해 총 3035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662건)보다 12%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교육활동 침해가 아닐 경우 교사들이 자체적인 생활지도만으로 학생들을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이 당장 교권침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정당한 생활지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업방해, 성희롱, 폭행 등 교권침해를 고스란히 당해낸 이후 사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부당한 고소 남발도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무력화시키는 주범이다.
특히 학교폭력 관련 학생에 대한 교원의 생활지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악의적인 민원과 고소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지도하고 피해 학생을 돕기 위해 개입하는 교사들은 아동학대로 고소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작년 말부터 교권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교권침해 행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추후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조치사항에 대하여 학교생활기록에 작성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 개정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원단체는 국회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즉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는 교원의 생활지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 의원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지자체의 조사, 경찰의 수사 전에 교원의 소속 교육청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함께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개혁의 시작은 선생님이 존중받고 교권이 확립될 때 가능하다”며 “왜곡된 인권 의식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1일 교총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교권 확립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최근 사망한 교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폭행 등 교육활동 침해로 어려운 여건에 처한 초·중등 교원의 현장 경험과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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