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권침해는 중대한 도전”...되풀이되는 공허한 메아리

매년 반복되는 교권침해에 ‘엄정 대응’ 발표 뿐
교권보호에 대한 실효적 대책 나오기 어려운 사회 환경

지난해 담임교사 수업 도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웃옷을 벗고 수업을 듣는 등 교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교실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초등학교 담임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정부가 "교권침해는 우리 교육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지만, 교권침해 논란이 매년 반복되면서 ‘공허한 메아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 침해가 원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첫걸음이고,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며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학생이 교실에서 교사를 폭행하고, 저 경력 교사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져 서울 교육의 수장으로서 비참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근 다양한 형태의 심각한 수업 방해와 교육활동 침해, 그리고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무력화하는 악의적인 민원과 고소·고발이 빈번히 이뤄지고, 이에 따라 교육활동이 훼손되고 교사의 심리·정서 안정을 지킬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 논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고, 그 결과도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성년자라는 특수성과 학부모까지 개입되는 복잡한 상황으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담임교사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로 교사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듯한 동영상과 교실에서 웃옷을 벗은 채 수업받는 학생 모습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못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자고 있거나, 딴짓하는 학생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 교실의 실정"이라며 "교사들도 괜히 (문제 아이들을) 건드려 봐야 학부모에게 고소·고발당하는 등 좋을 것 없다며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감 회의에서도 이 부총리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회,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교권보호를 위한 공동논의테이블 구성을 제안했지만, 실현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대책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학부모들의 과열된 교육열과 공교육을 뛰어넘는 사교육 열풍, 성적 위주의 교육 시스템 등 복합적인 문제들로 교권 보호 대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