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는 국민들” “분자를 분모에”…4대강 보 해체 이렇게 결정됐다(종합)
4대강 보 해체 논의 평가단 구성 때부터 입김
공무원이 넘겨준 전문가 명단 엑셀에 ‘N(노)’ 표시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 말 되네 생각할 것” 발언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영산강 5개 보(洑)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결정을 불공정한 방법으로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에는 4대강 보 해체 여부를 논의하는 민간 전문위원들이 회의에서 비용·편익을 분석할 때 분자에 들어가야 할 편익을 비용에 해당하는 분모에 넣자고 하거나,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말 되네’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문위원들은 모두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환경부로부터 사전에 명단을 받아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일종의 ‘인증’을 받은 인사들이다.
◇4대강 반대 시민단체가 전문위원 후보군 명단 넘겨받아…’빼라’고 한 인사 전부 빠져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1일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했다. 2019년 2월 21일에는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가 제출한 처리 방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됐다. 다만 보 해체 시기는 지역 여건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고, 실제로 해체된 보는 없다.
환경부는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할 것인지 아니면 해체할 것인지 ‘처리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을 구성했다. 조사·평가단에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사항을 결정하게 했다. 전문위원회는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의 추천을 받은 43명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됐는데, 이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181개 시민단체가 모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이하 ‘재자연위’)’의 ‘검열’을 받았다.
재자연위는 4대강 조사·평가단 담당 팀장에게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에서 전문위원 후보로 추천을 받은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고,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해당 팀장에게 재자연위로부터 추천 명단을 받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재자연위는 해당 팀장이 보낸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전문위원 후보(0829현재).xlsx’이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에 정리되어 있는 명단 속 전문가 169명 중 4대강 사업에 찬성하거나 방조했다고 판단한 41명을 위원 선정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체가 2018년 8월 답장을 보낸 엑셀 파일에는 특정 인사들에 대해 ‘노(No)’를 뜻하는 ‘N’ 표시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그 결과 최종 선정된 43명의 전문위원 중 25명(58.1%)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였다. 해당 팀장이 최초 선정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전문위원 후보 30명 중에는 재자연위가 제외하라고 한 41명 중 3명이 포함돼 있었으나, 결국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B/C 분석할 때 분자인 편익을 분모인 비용에 넣자고 주장…실제로 이뤄져
이렇게 재자연위가 ‘문제 없다’고 판단한 43명의 전문위원들은 4대강 보 해체 여부를 논의하면서 비과학적인 발언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를 상시 개방할지 또는 해체할지 결정하기 위해 환경부는 보 해체에 따른 편익(Benefit)과 해체 비용(Cost)을 비교하는 방식인 B/C 분석을 이용해 경제성을 따졌다. 보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보 해체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이 높다는 뜻인 ‘B/C 값이 1보다 높은 경우’ 보를 해체하고, 1보다 작으면 존치하기로 했다. 그렇게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 금강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됐다.
그런데 감사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2019년 1월 31일 열린 4대강 조사·평가단 3개 분과 전문위원회 제3차 합동회의에서 A 전문위원은 B/C 분석을 할 때 분자에 해당하는 편익을 분모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넣자는 주장을 했다. 영산강 승촌보·죽산보는 보 개방 후 수질·수생태계 지표가 보를 운영했을 때보다 악화됐기 때문에 전체 편익 합계가 음(-)의 값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B/C 분석에 따르면 보 상시개방이나 해체가 아니라 물을 채워야 할 상황에서 A전문위원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결국 편익 전체가 마이너스 값이 나와서 나눠주니까 이제 마이너스 값이 나온 이런 경우인데, 이거를 비용으로 넣어서 그냥 우리가 아는 상식에 부합하는 0과 1 사이로 넣는 거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거에요?”
같은 해 2월 8일 열린 제11차 분과별 위원장-간사단-연구진 회의에서는 실제로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음의 값을 갖는 편익 항목’을 비용으로 간주해 B/C 값을 산정했다. 분자여야 할 항목이 분모가 되자, B/C 값은 양(+)의 값이 됐다.
이 회의에서는 B/C 값을 산정할 때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의 실측치 2개를 적용한 B/C 값을 모두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메시지 전달을 위해 보 설치 전의 실측치가 낫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때 B 전문위원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저는 아마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그냥 메시지 전달용으로는 ○(보 설치 전)이 괜찮아요 사실은, 어 그렇죠 없는 상태로 가겠지 이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거든요.”
◇靑이 ‘4대강 해체’ 결정에 부당하게 압박한 정황은 없어
감사원은 당시 환경부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서 설정한 보 처리방안 마련 시한(2018월 12월)을 이유로 한계가 지적된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경제성 분석을 했다고 지적했다. 회의마다 수질·수생태계 측정자료의 비교 시점을 바꿔가며 B/C 값을 산정하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8년 12월 23일 1차 회의 전까지 신속한 추진을 지시했다. 1차 회의 후 환경부는 이듬해 2월까지 끝내겠다고 자체 결정한 다음 그대로 이행했다. 다만 청와대의 부당한 압박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박준홍 감사원 국토환경감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과제 신속 처리는 기본 방침일 것이고 국민과 약속인데 부당하게 압박했다고 할 정도로 자료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했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2021년 1월 보 해체·개방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린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당시 의결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또 보 해체 계획이 반영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도 국가물관리위 심의를 거쳐 변경하기로 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환경부 장관이 10년마다 수립하는 물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정부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면서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세종보·공주보 등의 운영을 정상화해 다시 활용하는 등 4대강 보를 보답게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안에 댐 신설,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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