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감사원 앞세워 ‘4대강 보 해체’ 뒤집었다
[4대강]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를 결정하면서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하고, 특정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4대강 평가단의 기획·전문위원회를 불공정하게 구성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환경부는 곧바로 “감사 결과 후속조치를 이행하겠다”며 4대강 16개 모든 보를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는 비효율적”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감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환경부가 기존 방침을 뒤집으며 ‘4대강 사업 되살리기’ 수순을 밟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 “불합리한 경제성 분석”
이날 감사원은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 결과, “과학적·객관적 경제성 분석 결과가 (두 강의) 보 처리 방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라고 환경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8년 11월~2019년 2월 4대강 조사·평가단이 금강·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세종보·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이 “불합리한 경제성 분석 결과 탓”이라고 했다.
경제성 분석의 핵심은 ‘현재 있는 보를 해체한 이후 수질·수생태계 개선에 따른 편익’이 얼마나 높아지느냐다. 그런데 “‘보 설치 전’ 자료는 보 해체 후와는 하천 형상 등 유역 조건이 다르고, ‘보 개방 후’ 자료는 모니터링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모두 타당성과 신뢰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그 범위 내에서 경제성 분석을 수행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에 47개 환경단체 연대체인 한국환경회의는 보도자료를 내어 “보 처리방안 평가가 과학적이지 못했다면 감사원이 다시 적절한 평가 결과를 통해 기존 평가의 문제를 지적했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 코드 맞춤형 정치 감사, 변죽만 요란했던 맹탕 감사”라고 반박했다.
■ “불공정한 위원회 구성”
감사원은 환경부가 이렇게 서두른 이유를 “당초 국정과제에 정해져 있던 기한(2018년 12월) 내에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워, 이를 2019년 2월까지 마련하는 것으로 대통령 비서실에 한 업무보고” 때문이라고 봤다. 감사원은 다만 “보 해체를 위한 청와대 등의 부당한 압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당시 환경부가 4대강 조사·평가단에 전문위원회 등을 구성할 때 특정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을 선정했다고도 밝혔다. 이 단체는 181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다. 감사원은 “43명의 전문위원 중 25명이 이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선정됐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4대강 조사·평가단 담당 팀장에게 이 단체의 의견을 받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며 김 전 장관과 4대강 조사·평가단 단장, 팀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수사 대상이 된 김 전 장관은 입장문을 내어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뒤집으려는 정치적 진영 논리에 입각한 감사”라고 비판했다. 한국환경회의는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구성에 (있어) 이 문제를 10년 넘게 지적한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매우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 환경부 “4대강 모든 보 존치”
환경부는 이날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댐 신설과 하천 준설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지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세종보·공주보 등을 정상화하여 다시 활용하는 등 4대강 보를 보답게 활용하겠다. 이른 시일 안에 댐 신설,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10년마다 수립하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도 보 해체를 삭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4대강 국민연합이 2021년 2월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시작됐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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