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없어도 돌봄받는 세상을 꿈꾸며 [2030의 정치학]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홀로 됨의 미학을 말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걱정인지 모르지만 요즘은 나중에 정말로 혼자가 된다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가질 때가 있다. 사실 가족 구성의 의무에서 탈출해 홀로 사는 선택지가 더 열려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돌봄이 걱정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시기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온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 도움을 나와 제일 가까운 혈연 가족 안에서 찾아왔다. 가족이 늙고 아플 때, 장애가 있을 때 공공이나 지역 사회 커뮤니티보다 가족이 일상을 희생해 돌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실제로 노인 환자 80%가 가족 돌봄에 의존하고 있다.
미래에 가족을 택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 돌봄은 지역 사회와 공공의 책임으로 더 확장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99%가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노인 돌봄, 아이 돌봄, 장애인 돌봄을 민간에 맡기고 있는 셈인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인력에 투자를 줄이면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돌봄 노동자는 불안정 계약과 저임금에 내몰린다. 돌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요구나 성희롱 등 안위의 문제도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
이런 현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사회보장전략회의 당시 "돌봄과 교육 등 사회 서비스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시장화해 사회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공 대신 민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 향상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고 많은 매체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사회 복지는 이미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 있는 질적 하락의 문제를 막기 위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
더 나아가 돌봄에 대한 시야를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돌봄이 한국의 미래 인구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돌봄이다. 대다수 서민은 결혼해도 맞벌이 가정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아이를 낳으라 하지만 공공보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령화 문제는 어떤가. 더 젊은 노인이 더 나이 든 노인을 모시는 가정이 허다한데 초고령화 시대 더 늘어날 장기요양 노인의 돌봄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미래는 돌봄이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를 기르는 일도, 노인을 돌보는 일도, 점점 더 혼자가 되어 가는 사람을 가까이서 한번 더 살피는 일도 돌봄을 거치지 않고는 어렵다. 사회 서비스를 일부 계층에 돌아가는 수혜나 세금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충분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실에선 사회 보장 서비스 축소 기조에 따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사회서비스원은 재가요양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장애인 돌봄도 최중증 발달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환할 방침이며 여기에서 운영하던 서울 시내 어린이집 7곳이 문을 닫는다. 학부모들은 지난 4월부터 어린이집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용의 효율을 위해서 당장 돌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이 복지 혜택에서 탈락하고 있다.
내가 더 나이가 들면 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당연한 활동이 어려워지면 가족이 없어도 괜찮을까.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될까. 나의 미래 선택지를 두고 다양한 삶을 상상할 때 돌봄의 무게는 더 크게 느껴진다. 가족 관계와 환경 변화에 따라 돌봄에 새로운 사회적 역할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공공이 어떤 관점에서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써야 하는 때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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