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가 남긴 다인종주의·반부패 정책이 싱가포르의 힘”

홍준기 기자 2023. 7.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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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리콴유에 정통한 언론인 이브라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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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시니어 세대들은 (나라를 발전시킨)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해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도 리콴유 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도 그가 지도자로서 싱가포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주라이다 이브라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에디터는 WEEKLY BIZ 서면 인터뷰에서 “리콴유 전 총리는 31년간 싱가포르를 이끌면서 한 세대 만에 제3세계 국가에서 일류 국가로 끌어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브라힘 에디터는 “리 전 총리의 투지와 용기, 선견지명이 없었다면 싱가포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싱가포르인들은 리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나면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리콴유 초대 싱가포르 총리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던 주라이다 이브라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에디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브라힘 에디터는 100년 전 태어난 리콴유(李光耀·1923~2015) 전 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언론인으로 꼽힌다. 그는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에 근무하던 2011년 동료들과 함께 리 전 총리를 32시간 동안 인터뷰한 다음 ‘리콴유: 싱가포르를 계속 전진하게 하는 엄중한 진실’이라는 책을 냈다. 앞서 2003년에는 리 전 총리 80세 생일 기념 인터뷰를 맡았다. 2015년 SCMP로 이직했고, 현재는 국제 부문과 일요 매거진 ‘디스 위크 인 아시아’를 총괄하고 있다.

이브라힘 에디터는 “리 전 총리가 늘 강조했던 다인종주의가 싱가포르가 발전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다수를 이루고, 말레이계와 인도계가 소수 인종인 국가다. 생전 리 전 총리는 “그 어떤 인종과 민족도 더 우월하지 않으며 싱가포르 국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브라힘 에디터는 “1969년 중국계와 말레이계가 충돌한 적 있지만, 이후로는 리 전 총리 덕분에 수십 년간 평화로운 공존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가) 전체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리 전 총리 덕분”이라고 했다.

이브라힘 에디터는 “싱가포르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덜 부패한 국가’로 남아 있다는 것 역시 리 전 총리가 남긴 유산”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공무원들에게 고소득을 보장하는 나라다. 총리 연봉이 220만 싱가포르달러(약 21억원)에 달한다. 장관 연봉 역시 94만~110만 싱가포르달러 수준이다. 대신 부패조사국(CPIB)이라는 기관이 엄격하게 부정부패를 파헤친다. 1986년 CPIB가 테칭완 국토개발부 장관이 뇌물을 받은 정황을 보고하자, 리 전 총리는 공개 조사를 승인했다. 테칭완 장관은 면담을 요청했지만 리 전 총리가 “조사가 끝날 때까지 만날 수 없다”고 답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리 전 총리의 장기 집권에 대해 권위주의적인 통치라는 비판도 있다. 이브라힘 에디터는 “리 전 총리의 모든 신념과 정책이 지금도 유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싱가포르가 리콴유 전 총리 사후에도 계속 번영하고 발전한다는 점은 그의 유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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