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바순 연주하던 손… 지휘봉 잡고 더 넓은 소리 아우르네

2023. 7.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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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공연서 모차르트 협주곡·베토벤 교향곡 4번 연주
최애작품은 생상스의 바순 소나타·하인츠 홀리거의 곡
2019년 아르메니아 국립 챔버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데뷔
클라리넷·바순 연주 경험, 목관파트 단원들 이해 큰 도움
소피 데르보 (c)Co Merz
소피 데르보 (c)Co Merz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바수니스트·지휘자 소피 데르보

어린 시절, 기타와 클라리넷으로 음악을 처음 접한 소피 데르보는 음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바순이라는 악기를 알지 못했다. 동생과 함께 간 공연에서 바순의 음색에 매료되어 배우기 시작한 그는 현재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입단하기 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바순 수석으로도 활동했다. 다수의 콩쿠르 수상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며 바수니스트로 빛나는 이력을 쌓아온 그가 지휘자로서의 새로운 발걸음을 뗀다. 지난해 내한 리사이틀에 이어 1년 만에 한국을 찾는 그가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봉을 들고 포디움에 오른다.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을 비롯하여 '코지 판 투테' 서곡, 베토벤 교향곡 4번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정상의 자리에 오른 바수니스트의 연주와 그의 지휘자로서의 면모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리사이틀(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은 바수니스트로, 올해는 지휘자로 내한한다. 한국 관객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했나.

"작년 한국 공연은 아주 멋진 투어였다. 친절하게 지지해 준 관객들 덕분에 매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경arte필하모닉과 지휘와 협연을 함께 한다.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처음 만나는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은 언제나 특별하다. 특히, 한국 관객들과 지휘자로서는 처음으로 만나는 시간인데,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4번을 연주하게 되어 기쁘다. 하루 빨리 한국 관객과 함께 음악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연주, 지휘, 교육 그리고 열정

-현재 빈 필하모닉의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바순이 음악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바순의 매력은 고유의 소리와 유연성에 있다. 폭넓은 음역과 독특한 음색을 지닌 바순은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에서처럼 익살스러운 이미지로 표현될 때도 있지만, 베이스라인을 포함해 관현악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특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은 전 악장에 걸쳐 바순의 음색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좋아하는 바순 작품을 소개한다면.

"현대음악을 즐겨 연주하는데, 하인츠 홀리거(1939~)의 곡에 흥미로운 연주 기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그의 바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바순 작품 중 하나는 생상스의 바순 소나타 Op.168이다."

-공연으로 바쁜 와중에도 한국을 포함한 해외 각국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2020년부터는 빈 시립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마스터 클래스와 정규 수업에서 음악과 악기, 학생들의 심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스스로의 연주도 돌아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악기에 대한 나의 열정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빈 필은 1954년 이후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들이 선출한 지휘자를 초빙하는 체제이다. 수석으로서 여러 지휘자를 만난 경험이 지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다양한 지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지휘자마다 곡에 대한 여러 해석과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단원들과 소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빈 필의 다양성은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 오케스트라를 긍정적인 형태로 유지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휘자로서의 새 행보

-2019년, 아르메니아 국립 챔버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자로 데뷔했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어떠했는가.

"지휘에 대한 소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휘자로서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2019년 데뷔 무대 후, 앞으로의 인생에서 지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악기 없이 무대에 오르기가 낯설었지만, 지휘자로서 보다 많은 음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순을 연주할 때보다 음악에 깊이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부터 지휘를 배우거나 건반악기·현악기를 거치는 코스가 아닌, 바수니스트 출신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지휘자로 활동하며 오케스트라 연주 경험이 '보너스'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휘자로서 필요한 다른 기술을 대체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는 충분치 않다. 다만, 오케스트라 경험을 통해 단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클라리넷과 바순을 연주했던 경험이 지휘자로서 목관 파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2022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훔멜·반할의 바순 협주곡으로 지휘 데뷔 음반(Berlin Classics)을 발매한 바 있다.

"모차르트의 바순 협주곡 K191은 모든 바수니스트가 연주하는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이 곡을 녹음하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모차르트 협주곡과 잘 어울리는 곡들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작곡가들도 모차르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훔멜(1778~1837)은 모차르트의 제자였으며, 반할(1739~1813)은 모차르트와 함께 공연했다."

-최근 프랑스 라 마에스트라 콩쿠르(여성 지휘자 콩쿠르)나 악단의 여성 지휘자 초청 등 과거에 비해 여성 지휘자들이 포디움에 서는 일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선에서 오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없었는가.

"음악계에서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는 포디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상황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 기쁘게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려고 나의 한다. 목표는 최선을 다해 공연하고, 관객과 무대 위 연주자들에게 최고의 퀄리티를 선사하는 것이다."

글=월간객석 홍예원 기자

사진=소피 데르보 공식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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