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에 해외연수 간 경북 영양군의회, “일정 축소 이틀 만에 돌아와”

신주현 2023. 7.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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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와 산사태로 경북과 충북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전.

경북 영양군의회는 당초 7월 17일부터 4박 5일간 홋카이도 지역을 둘러볼 계획이었습니다.

당초 4박 5일간 홋카이도 지역의 삿포로와 유바리 등 2개 시(市)와 관광특구 등을 둘러보기로 했지만, 유바리 시(市)의회 1곳 방문으로 일정이 대폭 축소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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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15일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경북 북부지역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경북과 충북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골프를 친 게 알려져 비판이 잇따랐죠. 홍 시장은 결국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예천과 문경, 영주, 봉화와 바로 인접한 곳, 경북 영양군의회가 지난 17일 일본으로 국외 공무출장을 다녀와 또 한 번 논란이 일었습니다.


경북 영양군의회는 당초 7월 17일부터 4박 5일간 홋카이도 지역을 둘러볼 계획이었습니다.

연수 목적은 '지방 소멸 위기 대응'.

그런데 14일 경북 북부에 비가 퍼부었고, 15일에는 산사태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영양군에도 14일부터 이틀간 130mm, 18일 하루 동안 116mm의 많은 비가 내렸고, 농경지 45ha와 주택 여러 채가 침수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양군의회는 17일 국외연수 일정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언론과 주민들의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참여 인원은 전체 의원 7명과 의회 전문위원 6명 등 13명에서 부의장과 의원 1명 등 8명으로 축소됐습니다. 의원 대부분이 빠진 겁니다.

"출장이 4월에 계획이 돼 있었는데, 4월에는 서리, 6월에는 우박 피해가 있어서 계속 연기가 됐어요. (이번 수해 이후) 회의를 몇 번이나 했어요. 전면 취소를 해야 하느냐 안 해야 하느냐. 걱정은 했지만, 우리 본연의 의무를 안 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영양의 저출생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고. 그래서 최소한으로 가게 된 겁니다."

-영양군의회 의장

지방소멸 위기 대책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강행한 정책 연수는 잘 진행됐을까?

연수를 떠난 의원과 공무원들은 출장 계획 대부분을 취소하고 이틀 만에 돌아왔습니다.

당초 4박 5일간 홋카이도 지역의 삿포로와 유바리 등 2개 시(市)와 관광특구 등을 둘러보기로 했지만, 유바리 시(市)의회 1곳 방문으로 일정이 대폭 축소된 겁니다.

"물난리가 나서 '취소하자' 얘기가 나왔는데, 유바리 시의회와 협의하는 게 있어서 기관별 약속인데 방문해야 하지 않겠나. 의장님이 갔다 오라 하셔서. 그런데 막상 가니 엄청 부담이 갔어요. 방송에 계속 (재난 상황) 나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방문하고 다니시는데, (연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일반 주민들도 왜 빨리 안 들어오냐 압박이 있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영양군의회 부의장

기관별 약속이라 어쩔 수 없었다지만, 유바리 시와 업무협약 등은 따로 없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출장 첫날은 일본의 공휴일이라 기관 방문 등 특별한 일정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무리해 다녀왔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유바리 시가 '지방소멸 위기 해결'을 위해 꼭 다녀와야 할 만한 견학지였냐 하는 점도 의문입니다.

영양군의회는 '유바리 시가 한때 번성했다가 급격히 쇠락한 곳으로, 어떻게 재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며 연수 목적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바리 시는 탄광 도시로 번성하다 쇠락한 뒤 관광산업에 무리하게 투자해 파산한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구도 6천여 명까지 쪼그라들어 영양군 1만 5천여 명보다도 훨씬 적은 곳이고, 일본에서도 소멸도시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덧붙여 이미 영양군의회 의원 6명은 올해 2월, 영양군수 및 군청 직원 7명과 함께 '계절 근로자 사업 업무협약'을 위해 베트남 다낭 화방 시로 3박 4일간 국외 공무출장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경북 북부지역 수해 현장


20일 오후까지 집계된 경북 북부지역의 사망자는 모두 24명. 실종자는 3명.

수십 명이 사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 연수 목적조차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면, 예정된 연수였다 할지라도 과감하게 취소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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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기자 (shinjou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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