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엘리엇 중재판정 불복 소송, ‘여론무마용’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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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내기로 한 결정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불복 이유로 내세운 논리가 이미 중재판정부에 의해 배척됐을 뿐 아니라, 국제 판례도 대부분 정부 주장에 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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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내기로 한 결정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불복 이유로 내세운 논리가 이미 중재판정부에 의해 배척됐을 뿐 아니라, 국제 판례도 대부분 정부 주장에 반하기 때문이다. 배상금에 대한 지연이자와 로펌 선임료 등 거액의 소송비용을 고려하면 ‘기회비용’이 큰 소송인데도 정부 논리는 매우 허술해 보인다.
법무부의 불복 이유는 중재판정부의 결정이 관할권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봐 의결권 행사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법무부는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은 ‘상업적 지분’에 따른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쟁점은 엘리엇이 승소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판정에서 이미 다뤄진 것이다. 법무부는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내기 때문에 다퉈볼 만하다고 하지만, 영국 법원의 취소소송 승소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2018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과 관련해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중재소송에서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자 영국 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찬성은 주주 의결권 행사일 뿐’이라는 법무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및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이 수사를 전담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누구보다 이를 잘 알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주주로서 독립된 결정으로 봤다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기소했겠는가. 한 장관은 또 국내 주주들이 낸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국민연금이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판결한 것을 불복 이유의 하나로 들었다. 그러나 국정농단 특검은 2018년 8월 법무부가 이 판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것에 반발해 법무부에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 의견서가 국정농단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의 태도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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