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도 넘은 현수막 전쟁, 어떻게 끝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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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이 이런 말을 공식적으로 했다면 당장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을 것인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정당이 현수막을 통한 비방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현수막 전쟁을 벌인 양대 정당 모두가 국민에 의해 외면되고, 제3의 정당 또는 제3의 정치지도자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그 결과 양대 정당은 이런 현수막 전쟁이 다수 국민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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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치욕적 '강제징용 셀프배상' 이완용의 부활인가!" "사(사법리스크) 돈(돈봉투 비리) 남(남 탓 전문) 말(말로만 민생) 민주당"
일반 시민이 이런 말을 공식적으로 했다면 당장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을 것인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정당이 현수막을 통한 비방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총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여당과 야당이 총선의 전초전을 현수막으로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 정치 현수막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양대 정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제는 군소정당까지 가세하여 현수막 전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에서건 이런 전쟁이 시작되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일방적으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더욱 강력한 대응이 있게 되고, 그 결과는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된다.
지난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던 국민의 힘 쪽에서 위성정당을 먼저 만들자, 이를 비난하던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것이 그렇고, 최근의 현수막을 통한 원색적 비난을 민주당에서 시작하자, 국민의 힘에서 이에 못지않게 강경한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시작되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서로가 위성정당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단호하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도 서로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불만과 언론의 비판이 계속되는 현수막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왜 선진외국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현수막을 찾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할까? 과연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영국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의 유권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들 국가에서는 현수막 전쟁을 벌인 양대 정당 모두가 국민에 의해 외면되고, 제3의 정당 또는 제3의 정치지도자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그런 원색적인 비난을 한다는 것도, 또 그런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정치지도자로서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당이 현수막 전쟁을 벌일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비록 신세대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부정적인 행태로 인해 지지하던 정당을 단호하게 외면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 결과 양대 정당은 이런 현수막 전쟁이 다수 국민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수막 전쟁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현수막이나 인쇄물의 제한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의해 7월 말 이전에 개정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의 상황으로는 시한 내에 해당 조항이 개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내년 4월의 제22대 총선까지 최악의 현수막 전쟁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오죽하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정당 현수막의 개선방안에 관한 제언까지 내놓았을까. 그러나 그 역시 효과는 미미하다. 총선을 앞두고 극한 경쟁에 돌입한 양대 정당은 이판사판의 자세로 현수막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해(自害)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뿐이다.
과거 아파트 단지 앞에서 확성기를 틀며 선거운동 하던 후보자들을 멈추게 한 것은, 이를 금지하는 법규정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감독도 아니고, 확성기 틀고 선거유세를 하는 후보자의 반대편에 투표하겠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단호한 태도였다. 후보자들로서는 선거에 역효과가 클 것이 분명한 선거운동을 무리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수막 전쟁도 이와 유사하다. 국민들이 현수막 전쟁에 대한 부정적 판단을 분명히 드러내고, 이를 계속하는 정당에게 표가 덜 가고, 이를 먼저 접는 정당이 국민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면 정당으로서는 현수막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현수막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단호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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