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서이초 교사 극단선택 `갑질` 루머에 긴장…국회에 쓰나미 몰고오나

임재섭 2023. 7.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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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추모객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이초등학교 신참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두고 20일 국회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특히 정치인의 갑질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면서 전날 밤부터 사실 확인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이초등학교에서 입장문을 내면서 표면적으로는 소강상태에 돌입했으나, 정치권에 튈 불똥을 고려해 여야 모두 긴장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있는 단체 SNS에서 자신이 서이초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루머에 대해 "서이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는데 전날 밤부터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외손녀가 한 명 있는데 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며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라며 "친손자들은 큰놈이 두돌 지났고 경기도에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공식 입장문에서 "정말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 시간 이후 악의적인 의도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인신공격을 통해 명예훼손을 한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서이초등학교 소속 20대 초반 교사가 최근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망경위가 3선 국회의원을 부모로 둔 극성 학부모에게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강남역 근처인 서이초등학교는 근처 동쪽에 역삼 초등학교, 서쪽에 서일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해당 정치인이 서초그랑자이 아파트 등 근처에 주거지를 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관보상 서이초등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현역 정치인은 한 의원뿐이었기 때문에 시선이 쏠렸다. 여기에 한 의원이 과거 가족유세를 나온 사진이 돌면서 손자·손녀가 해당 초등학교의 초등학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밖에도 야당 3선 의원 딸인 변호사 학부모가 갑질을 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져나갔다. 이런 루머는 서이초등학교가 "숨진 교사는 학폭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학폭신고 사안도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어느정도 잦아들었다. 다만 '갑질'과 '극단적 선택' 등 자극적인 논란 여러 개가 맞물려있는 상황인만큼, 실제 갑질을 한 정치인이 있을 경우 정당이나 인물에 따라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그동안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숱한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는 인식이 대두되며 입법으로 연결될지도 주목된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결과"라면서 "선생님이 학생을 훈계조차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만든 진보 교육감들은 대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면서 "진상 규명에 따른 합당한 조치와 함께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상식적인 교권 침해, 악성 민원과 소송에 대해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며 "교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데 어떻게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며 어떻게 학생 인권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그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교원단체들도 이날만큼은 한목소리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무고 법적 소송 제기가 지속됐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58만 교육자는 작금의 상황을 한 교사의 안타까운 비극을 넘어 교권 추락과 전체 공교육의 붕괴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을 즉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애도 성명을 통해 "교사들을 개인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실수와 책임에 노출되는 불안감은 학교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한다"고 했다.

이날 성명서를 낸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또한 "교사들이 교육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촉구한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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