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크' 韓 야구의 반성…日보다 10년 늦었지만, 대개혁 반갑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리그 경기력과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
KBO가 지난 3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지 4개월 만에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했다. KBO는 20일 "야구 대표팀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야구 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과 성적을 보임에 따라 리그 경기력 수준과 대표팀 전력을 함께 끌어 올리고, 저변 확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전력 강화가 개혁안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2023년 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으면서 더는 한국야구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해 각국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대회다. 가장 수준 높은 야구국제대회에서 매번 1라운드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드니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이 쏟아지는 게 당연했다.
비난과 비판에 그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 일본 야구국가대표팀을 롤모델로 삼았다. 일본은 2011년 대표팀 상설화와 전임감독제를 합의하고, 2012년 '사무라이 재팬 프로젝트 위윈회'를 설립해 지금의 대표팀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3년 11월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전임 사령탑을 맡으면서 '사무라이 재팬'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대표팀을 수시로 소집하고, 시즌 전후 여러 차례 평가전으로 손발을 맞추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10년 뒤 2023년 WBC에서 일본은 투타 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앞세워 전승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쓴다.
한국은 이미 흘러간 10년보다 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본을 보고 배우는 쪽을 선택했다. 오는 2026년 WBC까지 대표팀의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전임 감독제를 운영하는 게 시작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동열 감독, 2020 도쿄올림픽 김경문 감독 이후 2년 만에 전임 감독제 부활 선언이다. 2023년 WBC에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했는데, 대회 기간이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 시기와 겹쳐 소속팀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KBO는 또 "대회에 임박해 국가대표팀을 소집했던 것과 달리 꾸준히 해외팀을 상대로 평가전과 교류전을 개최해 국가대표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MLB 서울 개막전을 앞두고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각각 평가전을 추진하고 매년 다양한 국가의 팀과 경기를 치러 국내 선수들에게 국제 경쟁력과 경험을 축적시키겠다고 했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WBC 대회 당시 "우리는 국제대회가 있으면 그때만 소집하는데 일본은 매년 한다고 들었다. KBO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친선경기에서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던 게 현실이 됐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오타니가 있는 일본을 만날 때마다 얼어붙었던 게 사실이다. 오타니는 시속 16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이면서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는 홈런 생산력까지 갖춘 타자다. 오타니가 세계 야구 역사에 또 나오기 힘든 스타인 것은 맞지만, 일본의 우승은 오타니 혼자 이룬 성과는 아니었다. 사무라이 재팬 시스템 아래 장기간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며 성장한 투타 유망주들과 오타니와 같이 빅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베테랑의 조화가 잘 이뤄진 결과였다.
한국에도 큰 무대에서 성장할 싹이 보이는 유망주들이 있다. 김광현(SSG) 양현종(KIA) 양의지(두산) 김현수(LG) 등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베테랑들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만큼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은 더더욱 중요해졌다. 야수는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이정후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대가 꾸려질 전망이고, 투수는 문동주 김서현(이상 한화) 등이 마의 구속 160㎞에 도전하며 야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BO가 도입한 새로운 국가대표 시스템 아래서 한국 야구는 3년 뒤 180도 달라진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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