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는 국민들, 말되네 생각할 것"…감사로 드러난 4대강 해체

윤수희 기자 2023. 7. 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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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4대강 반대 시민단체가 평가단 위원회 구성"
평가단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무식한 얘기라 할 것"
22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의 수문이 열려있다. 2019.2.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의 4대강(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이 비과학적이며 불합리하게 이뤄졌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결정을 주도하는 4대강 조사·평가단(평가단)은 4대강 반대 시민단체가 원하는 인사들로 채워졌고, 최종 결정 역시 시간에 쫓겨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는 게 2년4개월만에 감사원이 내린 결론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보 처리방안을 결정할 평가단 설립을 위한 환경부 훈령 제정 및 평가단 위원 구성 등을 4대강 반대 시민단체인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와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A팀장은 재자연위가 미리 볼 수 있도록 추천 위원명단 엑셀 파일을 이메일로 유출했고, 재자연위는 명단 중 4대강에 찬성·방조한 인사 41명에 'N(No)'표기한 후 환경부에 회신했다. 위원 선정시 제외시키라는 의미다.

그 결과 물환경, 수리·수문, 유역협력, 사회경제 등 4개 분과전문위원 43명 중 과반 이상인 25명(58.1%)이 재자연위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최종 확정됐다. 반면 재자연위가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41명은 아무도 뽑히지 않았다.

전문위원회 각 분과별로 재자연위가 추천하는 인사가 과반이 넘으면서 평가단 내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 역시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됐다.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인 기획위원회 민간위원은 4개 전문위원회 별로 위원장과 위원장이 지정하는 1명으로 구성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위원회 민간위원은 위원장이 지정하지만 합의가 안 되면 투표를 해야하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전문위원회를)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는 구조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단 구성 과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감사원은 지난 1월 김 전 장관과 전·현직 환경부 관계자 2명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감사원은 평가단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를 위한 의사결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2018년 11월 출범한 평가단 기획위원회는 그 해 12월 회의를 가졌는데, 환경부는 "국정과제인 보 처리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 2월까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고, 2개월이란 촉박한 시간동안 '보 해체' 결정의 근거인 경제성 분석(비용 대비 편익, B/C 분석)은 부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당시 평가단은 보 해체의 편익이 비용보다 높다고 판단한 금강의 세종보·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는 부분 해체하고 보 유지의 편익이 높다고 나온 금강 백제보,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 결정에 따라 2021년 1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문제는 평가단이 B/C 값의 산정 방법·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은 채 회의 때마다 제시된 B/C 값을 보고 다음 회의에는 어떤 시점의 측정자료를 사용할지, 산정 방법을 어떻게 할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비교 시점과 산정 방법이 다르다보니 동일한 보에서 B/C 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나거나 음(-)의 값을 갖는 등 경제성 분석 결과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이미 결과치가 나온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 타당성과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며 "평가단 회의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된 사항"이라고 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공개한 4대강 위원회 내부 회의록에선 "모니터링 기간도 충분치 않고 특히 영산강은 그 한계가 너무 극명하게 드러난 수치를 갖고 우리가 값을 구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전문가들이 볼 때는 웬 무식한 얘기라 할 겁니다"라는 등의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청와대에 보고한 시한을 맞추기 위해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위원은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저는 아마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환경부는 B/C분석의 '수질과 수생태계 개선 편익'을 '보 설치 전' 자료를 사용해 도출했고, 이를 근거로 보 해체가 결정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환경부는 보 해체에 따른 편익 산정 시 보 해체와 관련 없는 과거의 하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고, 관련 법령에 제시된 평가지표 중 일부만 활용해 보 개방 후의 수질‧수생태계 개선 여부를 평가함으로써 평가 결과의 신뢰성 결여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4대강 보 해체와 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국책사업과 관련해 분석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됐는데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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