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피해로 인터넷 안되는데 해지 위약금?…면제 근거 마련될듯

현행 통신사 약관엔 명시 안 돼 있어…자체 매뉴얼 따라 조치
대응 일괄적이지 않아 현장서 충돌…정부, 약관 개정 논의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쌓여있는 흙과 잔해를 치우며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2023.07.20.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집중호우 등으로 피해를 입은 가구에 대한 인터넷 위약금 부과 여부를 두고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통신사 약관상 천재지변 및 불가항력에 의한 경우가 입증되면 요금반환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자체적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어 충돌이 발생한다. 또 해지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통신사가 있는가 하면 일시정지 상태로 전환하는 곳이 있어 대응도 제각각이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통신사들과 재난지역에 대한 위약금 면제 근거를 담는 등 약관 개정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 약관에는 천재지변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을 경우 요금 할인이나 위약금 면제 등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전시,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를 입증하면 요금반환 책임이 감면될 수 있다는 내용은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의 집중호우처럼 피해를 입은 가구가 서비스 이용 불가로 해지를 하려고 해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통신사들은 자체적인 매뉴얼을 통해 이용자의 어려움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KT와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재난지역에 대해 각각 1년, 6개월간 ‘이용정지’로 전환해 주도록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내부 회의를 거쳐 특별재난지역 선포 대상 지역을 상대로 위약금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공식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재난지역 이용자들이 상담을 받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통신요금 감면의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법령에 따라 정부가 선포한 특별재난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실시하는 만큼 기준이 명확하다.

이에 재난지역에 대한 위약금 면제 등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안으로는 정부가 발표하는 특별재난지역을 대상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해 주도록 하는 방식이 제기된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 이용자들이 재난에 대한 자체 평가에 따라 면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또 임의로 요금을 면제해 주는 경우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들과 논의해 특별재난지역에 해당하는 가구에 대해 해지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약관에 반영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호우 피해를 입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위약금을 무는 것은 이용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 해 약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