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포스트 윤종규` 9월 결정… 부회장 3파전이냐, 다크호스냐
심층평가 거쳐 9월8일 최종 후보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 각축
윤 회장 연임 도전·새 인물 변수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다음 달 8일 6명을 추린 1차 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에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업계의 모범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향후 과정과 결과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0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 승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앞으로 총 3번의 회추위를 거쳐 9월8일에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추위는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결의했다. 회장 자격 요건은 5개 항목, 25개 세부 기준으로 구성됐다. 5개 항목은 △ 업무 경험과 전문성 △ 리더십 △ 도덕성 △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 노력이다. 이 요건에는 주주, 직원들의 의견뿐 아니라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취지까지 반영됐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회추위는 1년에 두 번씩 반기별로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잠재 후보군 명단)를 상시 작성하고 최신 인사들로 업데이트해왔다.
지난 5월9일 확정된 상반기 기준 회장 롱리스트는 내·외부 후보 각 10명씩 총 20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롱리스트에는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양성된 허인·이동철·양종희 3명의 현 부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림 사장은 지주에서 AM(자산관리) 사업 부문을 관할하는 총괄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윤종규 현 회장도 본인이 고사하지 않았다면 롱리스트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20년 11월 3연임에 성공한 뒤 곧바로 부회장직을 부활시켜 양종희 부회장을 임명했다. KB금융에 부회장직이 신설된 건 2010년 이후 10년만이다. 자신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를 검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이어 2021년에는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도 나란히 승진했다.
3인의 부회장 체제가 되면서 '포스트 윤종규'를 향한 후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윤 회장의 4연임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3연임에 도전하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바 있다.
회추위는 다음 달 8일 이 가운데 1차 숏리스트(압축된 후보 명단) 6명을 확정하고, 같은 달 29일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 3명을 추릴 계획이다. 다만 1차 6명 가운데 외부 후보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으면 2차에 포함되기 전까지 익명성을 보장해줄 방침이다.
이후 9월 8일 3명의 후보자에 대한 2차 인터뷰와 심층 평가,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명이 정해진다. 차기 회장은 이같은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0일에 개최되는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회추위는 특히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 개선된 평가 방식이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2020년의 경우 숏리스트 후보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번만 거쳐 바로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지만, 올해에는 두 번의 인터뷰와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 등으로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설명이다.
내·외부 후보 간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2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3명 가운데 외부 후보의 경우 KB 내부 후보보다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이 허용된다.
세부적 평가 기준과 KB금융 내부자료도 충분히 제공해 정보 비대칭을 최대한 해소할 방침이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를 만들 것"이라며 "내·외부 후보자가 회장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충분히 검증해 KB금융그룹의 미래와 성장을 견인할 최적임자를 선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21일 취임(임기 3년)한 뒤 2017년과 2020년 같은 달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세 번째 임기 중이며, 올해 11월 20일 다시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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