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친구 잃은 60대 "귀농 권한 내가 죄인…제발 살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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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함께 귀농을 한 친구를 잃은 진후희씨(64·여)는 20일 뉴스1과 만나 "20년 전 경기 수원에서 여자 5명이 '같이 귀농하자'고 약속한 뒤 내가 먼저 왔고 2년 전 친구 부부가 귀농해 내려왔는데 이번 수해로 실종됐다"며 망연자실했다.
이들은 '나이가 더 들면 다섯부부가 한곳에 귀농해 함께 살자'고 약속했고, 진씨는 8년 전 벌방리에서 사과 과수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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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대피시킨 이장 아니었으면 피해 더 컸을 것"
(예천=뉴스1) 정우용 기자 = "귀농을 권한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아요. 제발 살아있어야 할텐데…"
산사태로 함께 귀농을 한 친구를 잃은 진후희씨(64·여)는 20일 뉴스1과 만나 "20년 전 경기 수원에서 여자 5명이 '같이 귀농하자'고 약속한 뒤 내가 먼저 왔고 2년 전 친구 부부가 귀농해 내려왔는데 이번 수해로 실종됐다"며 망연자실했다.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에 귀농을 한지 8년이 됐다는 진씨는 20년 전 경기도에서 장사를 하다 지금의 '독수리 5자매'를 만났다.
사업가, 가정주부, 상인 등 직업도 다르고, 고향도 달랐지만 친자매처럼 지냈고, 남편들과 함께 부부모임을 하는 등 죽마고우와 같았다.
이들은 '나이가 더 들면 다섯부부가 한곳에 귀농해 함께 살자'고 약속했고, 진씨는 8년 전 벌방리에서 사과 과수원을 시작했다.
농사는 처음이었지만 동네 이장과 주민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판매를 주선해줘 초보 농부인 진씨 부부는 큰 문제 없이 과수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3년 후 한 친구 부부가 약속대로 이곳으로 귀농해 사과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이어 2년 전에는 A씨 부부가 같은 마을에 정착했다.
이들도 마을 이장 등의 도움을 받아 사과농사를 시작했고, 2년 전 귀농한 A씨 부부도 제법 농군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259㎜의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4~15일 계곡에서 쏟아진 급류가 마을을 덮쳤다.
폭우가 쏟아지자 마을 이장 박우락씨(62)가 밤새 동네를 돌아다니며 "위험하니 대피하라"고 외쳤다.
당시 A씨 집에는 곧 귀농할 예정인 남편의 고종사촌 부부가 놀러와 있었는데 이장의 말을 듣고 고종사촌은 다른 곳에 주차하기 위해 차를 몰고 내려갔고 A씨는 집 안에, 남편 B씨는 집 앞 마당에 있었다.
15일 오전 3시쯤 갑자기 '우르르'하며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토사가 집을 덮쳤고 A씨는 집과 함께 실종됐다.
당시 집 밖에 있던 고종사촌 아내는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고, 마당에 있던 B씨는 밭으로 달려가 위기를 모면했다.
차와 함께 휩쓸린 고종사촌은 100m 가량 아랫마을에서 나무에 걸린 바람에 동네 주민들에게 구조됐다.
진씨는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든다. 내가 귀농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나마 마을에 피해가 적은 것은 박 이장과 윤재선 전 이장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씨는" 이장이 대피하라고 안했으면 우리 부부도 꼼짝없이 변을 당했을 것"이라며 "밤새도록 주민들을 대피시킨 두 사람이 진짜 영웅"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산사태로 예천군에서는 14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으며 아직 2명은 찾지 못한 상태다.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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