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등 갑질·폭행에 박살난 교권…결국 비극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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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학급 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에게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김 씨는 "학생끼리 다툼이 벌어져 1차 경위를 조사하는데,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폭력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담임교사의 사소한 태도에 대해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위협을 했다"며 "학교에 요청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싶지만 학부모를 더 자극할까 봐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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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시달렸다"의혹 …경찰 수사
2021년 부산서도 유사사례 발생
올 교권보호위 개최 68건 증가세
교총 "교권침해 대응책 마련해야"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학급 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에게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김 씨는 “학생끼리 다툼이 벌어져 1차 경위를 조사하는데,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폭력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담임교사의 사소한 태도에 대해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위협을 했다”며 “학교에 요청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싶지만 학부모를 더 자극할까 봐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사가 6학년 제자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서울의 다른 초등학교 교내에서 20대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교권 추락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공교육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교원단체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였던 A 씨가 지난 18일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임용된 A 씨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2021년 부산지역 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되며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잦은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당시 응답자의 92.9%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생에게 맞거나 물리적 위협을 당하는 교사도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학부모 포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는 1133명이었다. 2017년 172명에서 코로나 기간인 2020년 113명으로 잠시 줄었다가 다시 증가, 지난해 36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교권 침해 행위 중 ‘폭행’ 비율은 2019년 13.4%에서 지난해 19.1%로 늘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활동침해 사안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한 건수는 2021년 97건, 지난해 84건, 올해는 지난달 30일 기준 68건으로 증가세다. 학생을 교권보호위원회에 넘기는 것을 원치 않는 교사 등을 고려하면 신고하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년 경력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지속적 악성 민원 등으로 병가 휴직하거나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동료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민원 등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반드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학교와 교원을 보호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교육부에는 교원이 교권침해에 대응할 방법을 명시한 장관 고시를 마련하고, 국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부산교사노조 역시 이날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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