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은 범죄 아닌 건강 문제…예방에 창의력이 가장 중요"
충청권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개소식 참석…오유경 식약처장 대담
(대전=뉴스1) 강승지 기자 = "60년 전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가 문을 열었을 때 창립자들은 마약류 문제가 범죄가 아니라 건강 관련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마약을 사용한 뒤 체포당하고 다시 나와 또 마약에 손을 댔다 체포당하는 악순환을 인지하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민간 마약류 치료·재활 기관인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의 미첼 넷번 회장은 20일 대전 동구 소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부설 충청권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개소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약류 중독은 현 시점에서 가장 치명적인 '에피데믹'(전염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넷번 회장은 마약 중독 재활을 암 치료에 빗댔다. 암 치료를 완료했더라도 10년, 20년 뒤 언제든 재발할 수 있듯 마약 재활 프로그램을 완료했던 사람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고 그 사람을 실패자,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넷번 회장은 "늘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환영하고 과거의 재활 경험으로 새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며 데이탑 빌리지가 회복 프로그램과 직업 교육도 제공 중이라고 전했다. 마약 중독 재활을 끝내려면 마약 없이 살아갈 도구가 갖춰져야 한다고도 했다.
넷번 회장에 따르면 데이탑 빌리지 직원들 중에도 중독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신규 입소자의 롤모델인 셈이다. 지난 3월 미국에 간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한국형 재활 모델을 만들려는데 경험을 듣고 싶다"며 데이탑 빌리지 측에 조언을 구한 바 있다.
데이탑 빌리지는 지난 1963년 설립돼 미국 뉴욕에 60곳 이상의 시설을 운영하며 매년 3만3000명 이상의 마약 중독자의 재활을 도왔다. 넷번 회장은 "'사람을 도우려면 이들이 살아있을 때 도울 수밖에 없지 않나'가 우리의 비전이다"면서 "예방은 최고의 처치"라고 언급했다.
넷번 회장은 60년 전 창립자들이 인지한 미국 마약 중독 청소년들의 악순환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청소년 마약 사용률이 급증했는데 혼자 있게 되고, 다른 게 할 게 없는 데다 인터넷으로 쉽게 접하면서 마약류 사용이 급증했다고 넷번 회장은 진단했다.
넷번 회장에 따르면 미국의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에 가정폭력이나 범죄 현장 목격 등 트라우마를 경험한 뒤 친구들이나 가족, 길거리 같은 다양한 경로로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예방에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미디어를 활용하고 학교, 가정, 종교시설 등에서 마약류 사용에 대한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국에 조언했다. 이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재활을 강조하겠다"고 화답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마약사범 중 20대 이하 연령층이 차지한 비율은 34.2%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날 국내 3번째로 문을 연 충청권 중독재활센터는 기존의 센터 기능에 더해 부모 상담, 미술·야외 활동, 건강한 친구 관계 형성법 등 청소년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센터는 교육장, 상담실, 사무실 등으로 구성됐고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자발적인 의지로 등록한 마약류 중독자 개인이나 집단 또는 가족에게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마약류 사범에 대한 의무 교육과 개별 관리 등을 진행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우리나라의 마약 안전관리는 수사, 단속 그리고 처벌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최근 마약사범 재범률은 35%로 다른 중범죄인 절도와 폭력 등에 견줘 높은 편"이라며 "공급 억제뿐만 아니라 재발을 막는 수요 억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 마약류 중독 예방 웹툰을 개발하고,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청소년 마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며 "이번 개소는 이러한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한 마약 중독자의 사회 재활에 정부가 본격 박차를 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마약류 중독 예방·재활 총괄부처로서 청소년 마약류 중독 예방과 재활에 적극 대응하고,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해 마약류 중독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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