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근조화환, 교단이 죽었다"…전국 교사들 분노의 추모행렬

서한샘 기자 이호승 기자 서상혁 기자 한귀섭 기자 서충섭 기자 임충식 기자 오현지 기자 박종완 기자 최일 기자 2023. 7. 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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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극단 선택…추모집회·교원단체 성명 잇따라
"진상조사, 안전 교육활동 대책 마련" 촉구하는 목소리도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이 학교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교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3.7.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국=뉴스1) 서한샘 이호승 서상혁 한귀섭 서충섭 임충식 오현지 박종완 최일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20일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사망한 A교사(23)를 추모 집회와 성명 등으로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안전한 교육활동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건이 알려진 전날 밤부터 서이초에는 A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교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날 아침 등굣길에 서이초를 찾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 K씨(30)는 근조 화환을 보고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K 교사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찾아왔다. 저도 교사지만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켜도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책임은 책임대로 져야하고,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A교사에 대한 추모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이 집회는 전날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서 모 교사가 "20일 오후 3시 서이초교 앞에서 자발적으로 추모 집회를 진행하자"라는 글에서 시작됐다. 추모의 뜻을 담아 검정색 옷과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이모 교사(26)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추모 집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왔다"며 "다른 동료 교사들도 일정이 끝나는 대로 서이초등학교로 달려온다고 한다더라"고 말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오후 한때 학교 정문 기점으로 150m까지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오후 3시30분 기준 집회에 다녀간 교사는 10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각 지역 교원단체마다 애도 성명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남지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제 막 부푼 꿈을 안고 교직 생활을 시작했기에 더욱 안타깝고 황망한 죽음에 슬픔이 더하다"며 "책임감으로 견뎌왔을 안타까운 죽음 앞에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이 무너져 버린 학교와 교사의 현실을 본다"고 말했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전북교총)는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모든 교육자와 함께 큰 슬픔으로 명복을 빈다"면서 "또 사랑하는 딸을 잃고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을 유가족에게도 진심 어린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바로 그곳에서, 가장 소외된 모습으로 한 선생님을 떠나보냈다"며 "안타깝고 원통하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교사 개인의 문제로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외롭고 힘들었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고 애도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떠나보내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안전한 교육활동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남교총(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은 성명을 통해 "고인이 겪었을 고통과 아이들과 지내왔던 교실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대전교사노동조합은 이날 대전교육청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논평에서 "교육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작금의 상황을 한 교사의 안타까운 비극을 넘어 교권 추락과 전체 공교육의 붕괴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반드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학교와 교원을 보호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교사가 학교 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심각한 교권침해가 원인이 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내에서는 이 학교 1학년 담임인 A교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A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교사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이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이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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