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할 수 있었던 일"…'오송 참사' 747버스 종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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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민 배도현(28)씨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조성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역 버스환승센터 정류장에서 추모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붙이며 말했다.
이곳은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14명 중 9명이 사망한 747번 시내버스가 향했던 종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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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이번 참사 희생자 중에 또래들도 있어서 그런지 남 일 같지 않아요. 창창하게 미래를 일궈 나갔을 친구들인데 가슴이 아프네요"
20일 시민 배도현(28)씨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조성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역 버스환승센터 정류장에서 추모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붙이며 말했다.
이곳은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14명 중 9명이 사망한 747번 시내버스가 향했던 종착지다.
전날 조성된 이 추모 공간엔 수십 개의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은 게시판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고, 국화꽃과 간식이 그 앞에 놓여 있었다.
게시판엔 "747번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시민인데 버스를 탈 때마다 제 가족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프네요. 기억하고 또 기억할게요", "747번 버스를 자주 타는 시민입니다. 기사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막을 수 있는 인재라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등의 글들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권태우(40)씨는 버스를 타려 이곳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게시판을 바라봤다.
그는 "사고가 난 지하차도를 자주 오가는 탓에 남 일 같지 않다 않다"면서 "지난해 이태원 참사에 이어 올해도 이같은 인재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청주 모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조모(61)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붙였다.
그는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면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씁쓸해했다.
추모 공간은 일반 시민 길한샘(30)씨가 전날 친구들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길씨는 "참사 소식을 듣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면서 "친구들과 고민하다가 747번 버스의 종점에 추모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은 저를 포함해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였다"면서 "시민들이 추모 공간을 지나면서 이 일과 희생자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져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747번 버스는 전체 길이 685m의 지하차도 중 터널구간(430m)을 거의 빠져나오다 침수됐다. 버스에 타고 있던 10명 중 기사를 포함한 9명이 숨졌다.
이 버스는 종착지인 오송역 버스환승센터까지 약 2.6㎞를 남기고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chase_are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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