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문닫는 서울혁신파크···“소중한 공공 공간 지켜내자” 팔걷은 시민들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을 추진 중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를 시민을 위한 지역 공간으로 지키기 위해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나섰다. 이들은 산책·여가 공간이자 지역 녹지로서의 가치를 지닌 부지가 수익만을 추구하는 민간 자본에 의해 개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일 오후 ‘공공의 공간으로서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은 혁신파크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간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0여명이 이름을 올린 시민모임은 이날 출범을 알리며 혁신파크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 1만여명의 서명을 공개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7년간 혁신파크에 쌓인 성과를 정리해 대시민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또 서울시에 혁신파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국립보건원이 있던 혁신파크 부지는 고밀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2009년 오세훈 시장 재임기 서울시가 매입한 땅이었으나 2015년 고 박원순 시장은 기존 건물과 녹지 등을 활용해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혁신파크를 조성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 서북권에 ‘코엑스급’ 규모 복합문화 중심지를 만드는 계획을 발표하며 11만㎡에 달하는 혁신파크를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쇼핑몰, 문화시설, 주거 단지 기능이 결합된 공간이다.
이에 따라 현재 혁신파크 입주자들은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10월까지 퇴거해야 한다. 시민모임은 서울시가 공간을 지키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민간 개발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공공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역 주민 조수민씨는 “아이들의 ‘자연 결핍’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녀와 자주 찾았던 곳”이라며 “이런 넓은 녹지를 서울에서 찾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은평구에 거주한 A씨(64)도 “국립보건원 시절부터 있던 큰 나무들이 함께 하는 주민들의 소중한 녹지”라고 전했다.
최승국 ‘은평상상’ 이사장은 “혁신파크는 매일 시민들이 산책하고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공론장”이라며 “민간 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이 같은 공공 공간으로서의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당장 부지 개발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10월 이후 이용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미자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바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입주단체를 내보내고 공간을 비우는 것은 공공 공간이라는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에 사전 절차도 필요한 만큼 민간위탁 종료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공간을 지키기 위한 축제와 토론장을 열고, 시민 서명 운동과 시장 면담, 서울시의회 간담회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혁신파크 기록·사진전과 1인시위 등도 병행한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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