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SW인재 요람서 거목으로 자란 명장들… "일상 혁신 이끌죠"

김나인 2023. 7. 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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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호 리코 CTO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알라미 서비스 이미지. 딜라이트룸 제공

SW(소프트웨어) 실력을 갖춘 명장급 인재들이 디지털 문법을 새로 만들고 일상을 침투하는 기술로 창업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챗GPT발 AI(인공지능) 혁신의 공통분모로 SW가 꼽히는 가운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이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웰니스(웰빙·해피니스·피트니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DX(디지털전환)가 요원했던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개인 일상에 스며들어 더 나은 삶과 공동체의 터전을 만드는 기업가들이 있다.

◇ "DX 사각지대 폐기물 시장서 비즈니스 기회"…'업박스'로 자원순환 돕는 리코 = 사업장 폐기물 수거 서비스 '업박스'를 제공하는 리코(Reco)는 산업계 최대 이슈인 ESG 경영이 비즈니스모델 그 자체인 기업이다. 코로나19와 이상기후로 환경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자원을 잘 쓰는 만큼 잘 처리하는 일도 화두로 떠올랐다. 리코는 DX 사각지대였던 폐기물 시장에 SW·IT를 접목해 올바른 폐기물 처리를 통한 자원순환율 향상을 이끌고 있다.

손열호 리코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턴키로 처리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폐기물이 재활용·재사용돼 자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서 자원의 효용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 CTO는 과기정통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운영하는 최고급 SW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SW마에스트로' 1기 출신 SW 개발자다. '아이폰 3G'가 국내에 출시되며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던 시점에 SW마에스트로 과정을 거치며 SW에 제대로 눈을 떴다. HW에서 SW로 관점을 넓힌 그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참관 기회를 얻어 실전 비즈니스 환경을 눈으로 본 후 창업 도전의 용기를 키웠다.

손 CTO는 "2018년 리코 창업 당시 김근호 대표가 살펴보던 폐기물 시장을 함께 들여다 보니 사업환경이 낙후돼 젊은이들이 꺼리는 분야지만, 아직 기술의 수혜를 받지 못한 사각지대다 보니 비즈니스 기회가 있더라"라면서 "실용적인 SW를 만들어 플랫폼에 적용하자는 생각에 사업 초기 현장을 누볐다. 해야 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쓰레기 산이 불타고 빈 컨테이너 공간을 무단 투기하는 등 폐기물이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기술적으로 올바르게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솔루션 개발에 몰입했다.

리코가 제공하는 업박스는 폐기물 수거와 운반, 관리업무 자동화, 업사이클링·자원 순환까지 최적의 솔루션으로 구성된다. 배출자와 수거처리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으로, 폐기물 신고를 위한 행정서류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추가 작업 요청과 거래명세서 처리까지 업박스에서 할 수 있다. 솔루션 이용 환경은 초기 태블릿PC를 병행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모바일로 전환했다. 호텔(드래곤시티), 급식시설(삼성웰스토리), 물류센터(파스토) 등 4000여 곳의 사업장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지난해에만 약 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폐기물 시장 DX라는 비즈니스모델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1월에는 얼어붙은 투자 분위기 속에서도 14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라운드 투자를 유치해 총 투자액 300억원을 달성했다. 투자금은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로 최적의 폐기물 자원순환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 고도화에 투입한다.

손 CTO는 "연구소나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AI(인공지능) 기술을 솔루션에 적용하는 연구개발도 하고 있다. 폐기물 부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진을 통해 부피를 추정하는 AI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물류에서 중요한 최적의 배차를 위한 PoC(실증실험)도 진행하며 솔루션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더 화제… '미라클 모닝' 돕는 딜라이트룸 = '미라클 모닝(기적같은 아침)'을 일상에 정착시킨 딜라이트룸의 신재명 대표도 SW마에스트로 2기 출신이다. SW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 밑에서 자란 신 대표는 KAIST 대학원 전산학과에 입학해 HCI(휴먼컴퓨터 상호작용)를 전공하면서 창업에 도전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딜라이트룸의 알람 앱 '알라미'는 2012년 론칭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SW 마에스트로 연수 과정 중 개발한 '슬립 이프 유 캔' 알람앱이 전신이다. 출시 나흘 만에 미국 씨넷 등 주요 외신에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은 이후 외부 투자 없이 누적 다운로드 약 7500만건, 97개국 알람앱 1위를 달성했다. 국가별 이용자 비중은 미국이 22.3%로 높고, 한국(15.9%), 일본(9.8%) 순이다. 특히 높은 '고객 충성도'가 알라미의 경쟁력이다. 알라미를 처음 사용한 이용자 10명 중 7명은 다음달에도 계속 이용하고, 5년 이상 쓰는 이용자도 1만7361명에 달한다.

알라미의 인기 비결은 '미션 알람'이다. 알람이 울리면 걷기나 수학문제 풀기, 스쿼트, 정해진 물건 사진찍기 등 미션을 수행해야 알람을 해제할 수 있다. 알라미가 '악마의 앱'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이 중 수학문제 풀기와 따라쓰기 기상 미션이 가장 인기가 많다. 알라미 이용자의 평일 평균 기상 시간은 6시 27분이다.

열일 제치고 고객 피드백에 열심히 대응해 앱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테스트를 진행해 신뢰도를 높였다. 지난해 매출 약 192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달성한 힘이다.

신 대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수면 전 단계부터 기상 이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이다. 수면의 질을 높여 '성공적인 아침'을 책임지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투자와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21년 수면 전문 브랜드 '삼분의일'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일일 루틴관리 앱 '마이루틴' 개발사 '마인딩'을 인수했다. 2월에는 모바일 키보드 '플레이키보드' 운영사 비트바이트, 지난 4일에는 만보기 앱 '머니위크' 운영사 그래비티랩스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수면의 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지표 'MWI'도 개발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알람 서비스의 개념을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에서 잘 잠들고 아침에도 쉽게 일어나도록 돕는 것으로 확장해 사용자들에게 '성공적인 아침'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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