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닻 올린 HMM…인수 후보군도, 가능성도 안갯속
1조원 규모 영구채 주식전환해 함께 팔기로
SM그룹, 인수 의사 밝혀…다른 후보군은?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HMM의 새 주인 찾기가 본궤도에 올랐다.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은 HMM 경영권 공동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절차를 개시했다. 연내 매각이 목표다. 하지만 매각까지는 첩첩산중이다. HMM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 회생 과정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사채(BW) 문제가 복잡해서다. 이런 가운데 SM그룹이 인수 참전 의사를 밝혔지만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격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HMM 매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은 20일 HMM 매각 공고를 냈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며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체결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지분은 총 3억9900만주로서 현재 해진공과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이다.
매각 공고가 나오면서 인수 후보군의 윤곽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SM그룹이 인수전에 참전할 의사를 나타낸 상태다. SM그룹의 우오현 회장은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에 나설 뜻을 직접 밝혔다.
앞서 SM그룹은 SM상선 등 계열사 등을 통해 그룹차원에서 HMM 지분을 6.56%까지 늘리며 간접적인 인수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우 회장은 HMM 적정가격을 4조원으로 보고, 최대 4조5000억원까지 써낼 의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SM그룹이 최종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해운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HMM의 자산총액은 25조8000억원으로 자산순위 19위인 반면 SM상선과 대한해운 등을 모두 합친 SM그룹의 규모는 16조5000억원으로 30위 수준이다.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의 의중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4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매각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각 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의사 타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태핑 결과 HMM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HMM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SM그룹 이외의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잔여 영구채,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 결정"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와 BW의 향방도 이번 매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은(20.69%)과 해진공(19.96%)은 HMM 지분 40.65%를 갖고 있다. 아울러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 CB·BW(만기가 없는 채권)도 손에 쥐고 있다.
해당 영구채에 대해 산은과 해진공은 매각 공고에서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단 우선적으로 오는 10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의 영구 CB·BW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팔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 전환 문제는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산은이 영구채를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주식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 행사가액은 5000원으로, 이날 기준 종가(2만300원)의 4배 수준이다.
1조원 어치의 영구채 전환이 실행되면 HMM 보통주는 2억 주 늘어난다. 자연스레 주주가치는 희석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8일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1조원의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현실화 시 주당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주가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단기간 개선 가능성 높지 않은 만큼 주가는 실적보다는 매각 이슈와 영구채 처리 방안에 따라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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