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맞고, 극단선택까지…교권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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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이초 1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 A씨(23)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 수위는 출석 정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권보호위 제도가 마련됐지만 징계 수위가 낮고 오히려 역고소가 두려워 잘 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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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교권 침해 '위험수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
아동학대·학폭 처리에 얽매여
작은 실수만 해도 고소·소송전
"교사 못 해먹겠다" 퇴직 러시
'교직생활 만족' 응답 23% 불과
1년 새 5년차 미만 589명 떠나
이주호 "교권침해 용납 안된다"
“앳된 선생님 얼굴이 아직 눈에 선해요.” (학교 보안관 김모씨)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이초 1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 A씨(23)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임 1년6개월 만이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학교에는 전국에서 온 교사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온 이들은 “어린 후배 교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괴롭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은 400개가 넘어 학교 전체를 한 바퀴 둘러싼 후에도 계속 배달됐다. 고인의 외삼촌은 기자회견에서 “젊은 교사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위험 수위에 이른 교권 붕괴
교권 붕괴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선 교권 붕괴의 주된 원인으로 아동학대처벌법,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 등을 꼽고 있다.
19일에는 신월동 신강초에서 6학년 학생이 교사를 무차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사고가 외부에 알려졌다.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 수위는 출석 정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권보호위 제도가 마련됐지만 징계 수위가 낮고 오히려 역고소가 두려워 잘 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주체별 비중은 학부모가 74.2%로 압도적이었다. 학생은 13.6%, 학교관리자는 7.1%에 그쳤다.
교사들이 학부모 목소리가 큰 강남권을 기피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교육계 고위 관계자는 “요즘 교사들은 강남권 학교 배치를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학교폭력 처리 과정의 작은 실수를 가지고도 판사 검사 변호사 부모들이 와서 절차를 문제 삼고 소송전을 벌이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만족도 추락에 ‘탈교직’ 급증
교직 만족도가 추락하면서 탈(脫)교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5월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및 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2006년 첫 설문(67.8%)과 비교해 3분의 1 토막이다.
저연차 교사의 퇴직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년간 퇴직한 근속연수 5년 미만 교사는 589명이다. 전년(303명) 대비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대입에서 교육대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13개 교대 중 11곳이 정시모집에서 사실상 미달됐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정상적인 지도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범위가 너무 넓어 학생에게 큰소리만 내도 처벌 대상”이라며 “교사의 학교 내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예외를 규정하는 방안이 있고, 더 좋은 방법은 미국처럼 전담 생활지도관을 따로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도 잇단 교권 침해 사고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전국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교원의 권리와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첫걸음”이라며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혜인/안정훈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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