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직원 '전투함 기밀 유출' 항소심 시작…KDDX 사업 향방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 KDDX 자료 등 군사기밀 탈취
8명은 항소 포기, 나머지 1명은 검찰 항고로 항소심
1심서 일부 탐지·수집 혐의 유죄 인정, 누설 혐의는 무죄
현대重, 이번 사건으로 3년간 제안서 평가시 1.8점 감점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HD현대중공업 직원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군사 기밀 유출 사건을 다루는 항소심 재판이 20일 시작됐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8명은 항소를 포기, 형이 확정됐지만 나머지 1명에 대해 검찰 측에서 항소한데 따른 것이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1형사부에서 열린 이날 항소심에서 검사 측은 HD현대중공업 직원 A씨의 군사기밀의 수집 및 탐지의 동기,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 관행 등을 감안했을 때 군사기밀 누설 행위가 인정되기 때문에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A씨 변호인은 검찰 측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지만 피고인이 탐지·수집한 정보를 PDF 파일로 직접 만들었다는 ‘누설행위’에 가담 증거는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에서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을 전시했다. (사진=이데일리DB)

A씨는 지난 해 11월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우선 ‘장보고-Ⅲ Batch-Ⅰ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 외 3건의 군사기밀을 방위사업청에서 사진으로 촬영(탐지·수집)하고 이를 PDF 파일로 변환 후 HD현대중공업 내부 서버에 업로드(누설)한 혐의에 대해선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군사기밀인 장보고-Ⅰ 성능개량사업 선행연구 최종보고서를 건네받은 수집·탐지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지만, 해당 군사기밀을 스캔해 회사 서버에 업로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아 무죄를 받았다. 검사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한 사건이다. 이후 공판은 9월 14일 이뤄질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이 해군본부 등을 방문했다가 경쟁사인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 설계 자료 등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PDF 파일로 변환해 회사 서버에 업로드 하는 등 군사 기밀을 수집·누설한 사건이지만, 피고인들의 판결문 비공개 신청이 받아들여져 구체적인 판결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8월 KDDX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 사업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에 0.056점 앞섰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이 훔친 군사 기밀을 KDDX 기본 설계 수주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방위사업청은 해당 자료가 KDDX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에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내년 초 발주 예정인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했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사건으로 제안서 평가에서 1.8점 감점을 받는다. 게다가 이번 군사기밀 취득 및 유출 건으로 감사원 조사도 진행 중이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