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교사가 얼마나 힘드셨나"… 국화 든 동료들 눈물의 추모

박양수 2023. 7.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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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20일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 국화를 든 동료 교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선 이들 교사들은 교문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국화를 내려놓으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8년차 초등학교 교사 양모씨는 "발령받으신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이 짊어져야 할 업무 과중이 너무 공감된다"고 했다.

행렬이 길어지자 학교 측에선 "학교 정문 안쪽 녹색 펜스 앞에 임시 추모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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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한 새내기 교사 추모행렬
교문에 포스티잇 붙이고 헌화… 근조화환 300여개 늘어서
교사들 "교권침해 심각… 나약한 교사 개인의 죽음 아니다"
20일 오후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놓여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국화꽃과 추모메시지가 가득 놓여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20일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 국화를 든 동료 교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선 이들 교사들은 교문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국화를 내려놓으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올해 6년차라는 한 여교사(30)는 "나이가 어리신 걸로 아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 자발적으로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기도 수원에서 또다른 교사(50)는 "나약한 교사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라며 "여기 온 교사들이 이 일에 동참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년차 초등학교 교사 양모씨는 "발령받으신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이 짊어져야 할 업무 과중이 너무 공감된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 편안히 쉬시길. 선생님을 위해 기도할게요'라는 내용의 추모 포스트잇을 붙였다.

동료 교사의 추모 행렬에는 시민들까지 동참했다. 행렬이 길어지자 학교 측에선 "학교 정문 안쪽 녹색 펜스 앞에 임시 추모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앞서 교사 10여명이 '안전하게 추모하도록 추모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학교장을 만나려고 했으나 학교 측의 제지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앞에는 이날 새벽부터 배달된 근조화환 300여개가 담장을 둘러 늘어섰다. 화환에는 '선생님 부디 편안해지시길 바랍니다', '진상규명을 촉구한다'와 같은 조문을 적은 리본이 달렸다. 화환을 보낸 이들은 '동료교사'거나 '서울시교육청 교사', '학부모 일동'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교문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에는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 현장에서 세상을 등진 선생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의 글이 적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는 메모를 적어 교문에 붙였다. 그는 "교권 침해가 너무 심각한 상황인데 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끝까지 함께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자녀를 등교시키러 온 학부모 일부가 묵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고, 검정색 옷을 입고 온 학부모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묵념한 한모(42)씨는 "학교에서도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사건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돌아가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선 교사노조연맹 주최로 이번 교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족 측 대표로 참석한 교사의 외삼촌은 "교육 현장인 직장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은 알리고자 했던 뭔가가 있었다는 얘기"라며 "학부모의 갑질이 됐든, 악성 민원이 됐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됐든 그것이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저희 조카를 죽음으로 내몬 학교의 교육 환경들이 잘못됐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고 본다"며 "조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2, 제3의 억울한 죽음이 학교에서 나오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와 관련,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려스러운 것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공적인 공간인 학교에서 이뤄진 것인데 다른 문제로 치부하면 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A씨가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A씨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압박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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