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건 부촌 백화점 '압구정 전쟁' 재점화

송주희 기자 2023. 7. 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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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객단가 높은 '부자 동네'
현대百 본점·갤러리아 명품관
'조용한 프리미엄 마케팅'에서
F&B 강화하고 신명품 등 추가
중장년서 2030으로 고객 확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식품관 ‘가스트로테이블’ 주요 매장에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줄서있다./사진 제공=현대백화점
[서울경제]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 업계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전통적인 ‘부촌(富村)’ 압구정을 둘러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갤러리아 백화점, 두 터줏대감의 자존심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을 덜 타며 오랜 기간 전국 점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온 두 곳은 최근 신규 명품 브랜드 입점과 식음료 강화, 전문관 투자 등으로 기존 중장년 고액 자산가는 물론 젊은 소비층 유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갤러리아 명품관 매출은 각각 1조 2375억 원, 1조 2260억 원으로 전국 백화점 점포 순위에서 7, 8위에 나란히 올랐다. 1985년, 1990년 개점해 상대적으로 오래된 점포인 데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지만, 국내에서 명품 3대장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일찌감치 모두 유치한 강자들이다. 두 점포는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요란한 프로모션 없이도 상위 실적을 기록해 왔다. 방문객의 절대 수치는 적지만, 지리적 특성상 고객의 소득 수준에 따라 객단가도 타 점포 대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고소득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조용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쳐오던 두 곳은 그러나 최근 ‘하이엔드’를 표방하되 2030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겨냥해 소비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나섰다. 가파르게 성장했던 백화점 매출이 경기 부진으로 크게 꺾이자 소비력이 안정적이면서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추이 통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유명 해외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1.9%로 두자릿수 상승한 지난해와 비교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식품관을 18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봐 이달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 ‘가스트로테이블’을 선보였다. 본점 식품관은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다는 지리적인 특성상 그동안 장을 보러 온 50대 이상의 중장년 고객이 다른 점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이달 가스트로 테이블이 공개된 뒤로는 2030 젊은 고객들의 구매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매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 세대에게 인기 있는 분식집이나 디저트 가게가 입점하면서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2030 고객이, 건너편에는 중장년 고객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며 “F&B 리뉴얼로 젊은 고객을 유입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트로테이블은 압구정 본점이 5개월의 공사를 거쳐 공개한 프리미엄 미식 공간으로 28개 미식 브랜드가 들어섰다. 젊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감각적인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심혈을 기울였다. 본점에는 이와 함께 젊은 층에서 인기인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부첼라티’가 올 하반기 입점한다. 까르띠에, 몽블랑, 피아제 등을 보유한 리치몬드 그룹 소속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부첼라티는 아시아에서는 명품 수요가 많은 중국 대도시에만 부티크를 두다 지난 2021년 갤러리아 명품관에 국내 첫 공식 매장을 냈다. VIP 매출 비중 등을 고려해 브랜드 측이 본점 입점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2층에 루이비통 RTW(Ready To Wear·기성복) 매장이 문을 여는 등 명품 MD가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도 올해 들어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신 명품 발굴 및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 1월 진행한 ‘떠그클럽’ 팝업의 경우 해외 명품이 아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오픈런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팝업 기간 중 일 평균 매출 1400만 원을 기록하며 해외 명품에 견줄만한 성과를 보였다. 2월 진행한 ‘언더마이카’ 팝업의 경우 3일간 1억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호평이 이어지자 갤러리아는 이 행사를 하반기에도 계속 진행하기로 하고 브랜드를 검토 중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MZ 고객 공략을 위해 명품관 인근 토지와 건물을 985억 원에 취득하고 이들을 겨냥한 전용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편, 현대 압구정 본점과 갤러리아가 자리한 압구정은 엔데믹과 함께 신생 관광 상권으로 부상하며 국내 젊은 소비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가 최근 50년 가까이 묶여 있던 이 일대의 개발 계획 밑그림을 발표하면서 강남북을 아우르는 상권 조성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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