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광역부울경시대] "정주여건 개선으로 생활인구 20만 달성"
'노동자가 대우받는 노동환경 조성'
전국 최초 최소노동시간 보장제 시행
전국 최초 하청노동자 지원 조례 제정
1호 공약 '노동복지금' 연간 16억 마련
울산 동구는 지난 1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최소생활노동시간 보장제’를 도입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들도 연차수당, 실업급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3월에는 전국 최초로 하청노동자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구청장의 책무로 규정한 ‘하청노동자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6월에는 실직 노동자를 구제하기 위해 연간 16억 원 규모의 ‘노동복지기금’을 신설했다. 후보시절부터 ‘노동자 친화도시’를 강조해 온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은 14일 한국일보와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지난 1년은 지역 주력산업 침체로 위기에 처한 주민들의 삶을 정상화하는 시기였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지역사회 기반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행복을 체감하는 정책 추진에 매진해 생활인구 20만 명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1호 공약 ‘노동복지기금 조성’이 구의회에서 한 차례 부결 끝에 결국 통과됐다.
“울산동구는 그동안 산업발전과 주민복지 등 많은 부분을 특정 기업에 의존해 오다보니, 조선 산업 침체에 따라 지역주민 생활수준 전반이 동반 하락하는 문제가 있었다. 취임 이후 노동복지기금 조성 등 주민 생활 정상화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복지기금을 조성에 따라 기본적인 노동환경은 물론 긴급생활 안정 지원금 융자,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긴급 복지지원 등 ‘직업’ 정주여건 개선이 가능해 지게 됐다. 운영 중단된 현대중공업의 직원복지시설인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을 구청에서 매입해 주민 모두를 위한 복지시설로 재단장 중이고, 노후 생활체육시설 보수 및 청소년시설 개선·확충 등 생활문화 복지 인프라 확충을 통한 ‘생활’ 정주여건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조선소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고용의 양 뿐만 아니라 질을 따져야 할 때다. 조선소 일자리는 많지만 젊은층이 외면하고 있고, 회사는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로 메우고 있다. 한때 저렴한 중국에서 선박발주를 하던 해외 선사들이 다시 우리나라 조선소를 찾는 가장 큰 배경은 ‘뛰어난 기술력’이다. 지금 원청에서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하청업체에서만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조선업의 임금과 복지를 개선해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환경 개선은 기업체 못지않게 지자체 노력도 중요하다.
“조선업도약센터를 설치해 조선업 현장설명회, 상담 등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청년 노동자 공유주택 지원사업’을 통해 타 지역에서 동구로 신규 취업하는 청년노동자의 주거부담도 해소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조성도 추진 중이다. 급증하고 있는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역사회와 원만하게 공존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최근 우리 구를 중심으로 기업체, 경찰, 법무부,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 시민단체 등 관계기관이 모여 ‘울산동구 외국인노동자지원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외국인들이 밀집한 일부 지역은 상권 활성화 효과도 있지만 언어 및 문화차이에 따른 소음과 쓰레기 투기 등 민원도 많다. 문제가 불거진 다음에 해결하려면 늦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관련 기관·단체가 만나 효과적인 외국인 노동자 지원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초지자체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울산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인구감소로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저출산은 이미 세계적 추세로 출생을 통한 인구증가는 한계가 있다. 주민등록상 ‘정주인구’ 뿐만 아니라 관광이나 취업 등으로 장기간 머무르는 ‘체류인구’, 우리 지역과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관계인구’도 우리 주민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생활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울산시와 함께 남목 일대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전기자동차 부품공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완공되면 청년노동자의 대거 유입이 기대된다.”
-생활인구 인구 20만 명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관광을 ‘산업’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 일산해수욕장 일대에 서핑과 스킨스쿠버 등을 할 수 있는 해양레저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관광 일자리 확충과 더불어 해양레저를 즐기기 위해 장기간 동구에 머무르는 체류인구도 늘 것으로 본다. 또 수도권 지역 대기업이 직원복지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근무형태)’을 동구에 유치하고, ‘울산동구 한달살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타지역 청년들에게 동구의 숨겨진 매력을 체험하게 할 계획이다. 대학병원이 있는 전하동 일대에는 장기적으로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산물 용가자미 수출을 추진 중인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은.
“동구 방어진항은 전국 용가자미 위판량의 60~70%를 담당하는 주산지다. 그러나 소비처가 한정돼 어획량이 많은 해에는 가격이 폭락하는 등 어민 소득창출이 제한적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가자미 해외 판로 확보와 방어진항 인근에 수출용 용가자미 가공공장 건립을 추진하던 중 오염수 방류 문제가 불거졌다. 동구에서는 1,100여명의 어업인이 있고, 횟집이나 수산물 관련 업종 종사자도 많아 지역 경제에 타격이 우려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용가자미 수출은 일본 및 중국 간의 국제적인 관계가 예민하게 엮여 있는 문제이다. 지역 어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하겠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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