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달 25일 이상민 장관 탄핵 심판 선고…4차 변론까지 양측 ‘팽팽’ (종합)
국회 측·이상민 장관 측, 이태원 참사 ‘초동대처’ 의견 대립
2·3차 변론서 행안부·경찰청·소방청 증인 출석
유가족 “이 장관에게 직에 대한 책임을 물어달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오는 25일 나온다.
헌재는 이 장관 탄핵 사건의 선고기일이 25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지 168일만에 결과가 나온다.
헌재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임을 고려해 신속한 심리를 진행해,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이 장관은 탄핵당한다. 4명이 반대하면 탄핵은 기각된다.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75년 헌정사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국회는 지난 2월 8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을 이유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다.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다.
약 석 달이 지난 5월 9일 헌법재판소는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 절차를 진행해 쟁점을 살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이 각각 소추위원과 피청구인으로 출석했다. 양측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재난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직무 위반 등 3가지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국회 측은 “작년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축제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고 ‘핼러윈, 이태원’ 검색량도 폭증하고 있었다”며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장관은 참사 사실을 대통령보다 늦게 인지했다. 지난해 10월 29일 23시 20분 처음으로 보고받았다”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규정에 따라 지체 없이 중수본을 설치하고 조기 수습을 위한 업무를 총괄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 측은 “지나친 군중 밀집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런 우려만으로 국가가 개입해 강제적으로 조치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사망자 최초 확인 약 1시간 30분 만에 재난을 관리할 주관기관이 정해졌고, 그로부터 40분 후 중앙안전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 및 운영됐으므로 (대응이) 늦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3차 변론서 증인신문…증인들 “소방청·경찰청 협조 문제없었다”
2차 변론기일부터 마지막 변론기일까지 김 위원장과 이 장관은 불참한 채 양측 대리인만 참석했다. 5월 23일 진행된 2차 변론기일에는 첫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양측은 초동대처를 두고 충돌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본부장은 “범정부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대본을 운영했기 때문에 중수본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이 장관 측에 힘을 실었다. 김 본부장과 박용수 실장은 당시 이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 등 다른 조직의 인력을 지휘할 권한이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6월 13일 진행된 3차 변론기일에도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엄준욱 소방청 상황실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경찰과 소방 협조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엄 실장은 경찰 측 협조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구조에 지장이 됐다는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엄 실장은 “대부분 현장에서 요청하면 어느 기관이든 신속하게 대응해 준다”고 말했다.
국회 측은 핼러윈데이 당시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경찰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 관리관은 “용산경찰서와 서울청에서 대책 수립했고 그 부분이 이번 참사 원인인지 여부가 수사 대상”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행안부가 참사 관련 지시와 협조 요청이 있었다고 답했다.
◇4차 변론기일, ”장관 책임 아니다” vs “탄핵이 참사 원인 규명 시작”
지난달 27일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서도 팽팽히 대립했다. 국회 측은 경찰 투입까지 시간이 지연됐고, 이 장관이 사건 현장에 늦게 방문했다는 점을 지속해서 문제 삼았다. 이 장관 측은 “출동이 늦어졌다고 해도 행안부 장관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며 “소방대원이라면 긴급상황 발생 시 즉시 출동해야 하지만 행안부 장관은 긴급구조에 직접 참여하거나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현장에 신속하게 방문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후진술에서 양측은 이 장관 파면의 정당성을 놓고 재차 충돌했다. 법사위 측은 “이 장관 측 대리인들의 답변을 들어보면 재난 안전법이 왜 존재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탄핵이 참사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 측은 “참사로 많은 분이 유명 달리하고 다친 것은 참담하다”면서도 “파면을 결정하는 이 사건은 법률이 정한 탄핵 사유가 있는지 객관적 증거에 따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변론기일에는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정민씨가 출석했다. 그는 “이 장관은 자신의 집에서 운전기사 기다리느라 참사를 인지하고도 1시간 40분 지나서야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에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해 경찰과 소방 인력을 보내줄 순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재난이 더는 없어야 한다. 이 장관에게 직에 대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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