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인허가 타임아웃제···초격차·균형발전 속도 높인다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기술패권 선점' 혁신 생태계 조성
광주 등 소부장 단지도 5곳 추가
바이오 특화단지도 조만간 결정
정부가 장고 끝에 7곳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5곳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를 한꺼번에 발표한 것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국토 균형 발전을 함께 고려했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평택의 반도체 특화단지와 경기 안성의 반도체 장비 특화단지 2곳을 제외한 10곳을 지방에 고루 분산시킨 이유다.
각 광역·기초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면서 총력전을 펼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전의 주연은 경북 구미였다. 올 3월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를 풀어주면서 경기 용인을 시스템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후보지로 선정했던 만큼 평택과 수도권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특화단지 지정은 용인 시스템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결 조건이기도 했다. 반면 비수도권인 경북 구미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반도체 핵심 소재 특화단지로 낙점된 것은 역할 분담론을 내세운 ‘1+1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낭보를 접한 경북도와 구미시는 ‘반도체 초격차 공급망을 완성하겠다’며 수도권 특화단지와의 시너지를 자신하고 있다. 구미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업인 SK실트론을 비롯해 LG이노텍·원익큐엔씨 등 344개의 소부장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다. 대구경북신공항 예정지로부터 10㎞ 거리에 위치해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26년까지 4조 7000억 원의 대규모 민간투자도 예정돼 있다.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는 ‘나 홀로’ 신청한 충남 천안·아산이 가져갔다. 삼성디스플레이(4조 1000억 원 투자) 등이 2026년까지 17조 2000억 원을 쏟아부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퀀텀닷(Q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고 2027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신수종인 2차전지 특화단지는 단일 산업 분야 중 가장 많은 4곳(충북 청주(오창)·경북 포항·전북 군산(새만금)·울산)이 선정됐다. 이는 많아야 3곳이 지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웃도는 것이다. 배터리 핵심 광물 가공부터 리사이클링(재활용)까지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연결하고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2차전지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특화단지 지정 여세를 몰아 LG화학은 2024년 대형 원통형 배터리 업계 최초로 양산 공장을 가동하고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부터 포항에서 하이니켈 양극재 양산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미래 2차전지 수요 대응 역할을 맡은 울산에는 2030년까지 세계 최초의 차세대 2자전지(전고체) 마더팩토리가 세워진다.
정부는 이날 “첨단산업의 기반인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소부장 특화단지 5곳도 추가 지정했다. 기존 소부장 특화단지에서 2년여간 수출액이 47% 증가하고 약 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요·공급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등 분야별·단지별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불필요한 규제 등 걸림돌을 없애겠다고 했다.
특화단지 지정에 따라 입주(예정) 기업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우선 구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인허가 타임아웃제 도입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무형적 지원 내역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연내 정부는 올 5월 첨단산업에 포함된 바이오 분야 특화단지 지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정된 분야에 대해서도 기업의 투자, 산단 조성 현황, 산업 여건 성숙도 등을 고려해 추가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방행을 꺼리는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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