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다음달 18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3국 밀착 ‘새로운 단계’ 시동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한·미·일 정상이 다음달 18일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한·미·일 정상이 다자 국제회의와 무관하게 별도로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새로운 수준의 3국 공조’에 뜻을 모은 뒤 첫 회담이기도 하다. 안보를 고리로 협력 수위를 격상하면서 3국 초밀착 행보에 재차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8월 중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3국 간 조율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과 장소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다음달 18일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성사되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세 달 만에 세 정상이 다시 마주 앉게 된다.
이번 회담은 형식이 곧 메시지가 될 만큼 모이는 시간과 장소 자체가 3국 협력 격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1월 처음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다자 국제회의 기간에 짬을 내 열려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앞선 세 차례의 한·미·일 회담도 각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지난해 6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지난해 11월), G7 정상회의(지난 5월)를 계기로 개최됐다. 이번에는 그 틀을 깨고 처음으로 세 정상이 3국 정상회담만을 위해 모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분간의 ‘스탠딩 회담’ 당시 미국 워싱턴에서 추가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 회담이 캠프 데이비드로 옮겨진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이자 별장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이곳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한·미·일 3국 정상의 밀착 관계를 북·중·러 등 대외에 공표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상이 이곳에 초청된 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이 유일했다.
내용 면에서는 최근 1년간 한·미·일 협력을 궤도에 올린 3국이 협력 수위를 높여 ‘2단계 진입’에 시동을 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회담은 3국 협력 틀의 1단계 완성을 선언하는 의미가 컸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강제동원(징용) 피해배상 문제에서 일본에 ‘선제적 양보’를 하며 한·일 관계 복원을 서두른 것도 지난 5월에 3국 공조 1단계 마무리 선언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많았다.
세 정상은 히로시마 5월 회담에선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뜻을 모았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새로운 수준’을 선언한 이후 처음 모이는 자리인 만큼 보다 격상된 협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리투아니아에서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3국 회담이 “3국 안보 협력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핵심 의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3국 협력 강화 방안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 정상은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3국 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에 대한 실시간 공유 체계를 가동하는 ‘프놈펜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현안,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방안 등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각 급에서 다양하게 추진된 3국 협의체들을 정리하고 제도화하는 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3국 밀착 행보에 따른 북·중·러 리스크 확대는 한국 정부 외교 전략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한·미·일 밀착 국면마다 북·중·러에서 반발 기류가 강화해온 만큼 이번 회담을 계기로도 반발이 표면화할 수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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