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원자탄 개발 막은 거친 녀석들…신간 '원자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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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유럽은 전운이 감돌았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샘 킨이 쓴 '원자스파이'(해나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1930~40년대 과학자들의 희망과 좌절, 연합국 스파이들의 은밀한 활동, 탁월하지만 결핍 있는 인물들의 엉뚱한 행동 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맛깔나게 그려냈다.
이제 원자폭탄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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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30년대 유럽은 전운이 감돌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정권을 잡으면서 파시즘이 들끓었다. 정치적으로 후퇴했지만, 이 시기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학자 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퀴리 부인의 딸 이렌은 어머니의 유산 라듐을 넘어 우라늄 연구를 향해가고 있었고, 젊은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선배 닐스 보어, 오토 한, 엔리코 페르미도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그들은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핵분열 반응이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샘 킨이 쓴 '원자스파이'(해나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1930~40년대 과학자들의 희망과 좌절, 연합국 스파이들의 은밀한 활동, 탁월하지만 결핍 있는 인물들의 엉뚱한 행동 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맛깔나게 그려냈다.
과학자 간 경쟁에서 먼저 앞서간 건 이렌 퀴리와 그의 남편 프레데리크였다. 여러 차례의 실수 끝에 그들은 인공방사능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라이벌 중 한 명이었던 오토 한은 이렌의 실험을 깎아내리면서 새로운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우라늄 시료에 중성자를 충돌시킨 후 새로운 방사성 물질을 찾으려 했다. 그는 실험과정에서 핵분열 양상을 발견했지만,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유대인 물리학자 마이트너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깨달았다. 그는 1938년 12월 우라늄 핵분열을 학술지에 기술했다. 당대 최고 과학자였던 보어와 페르미, 하이젠베르크도 한의 연구 결과를 알게 된 후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됐다. 이제 원자폭탄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는 사실 말이다. 오토 한의 발견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100편도 넘는 관련 논문이 쏟아졌다. 오토 한은 자신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독일에 있는 우라늄을 모두 모아 바다에 던지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봤자 소용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그는 포기했다. 자신의 힘으로는 핵분열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은 자살을 생각했다. 그는 단지 원자만 분열시킨 게 아니었다. 세계도 분열시켰다."
독일은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우라늄클럽'을 만들었고, 미국도 '맨해튼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맞불을 놓았다. 당대의 최고 석학인 하이젠베르크가 우라늄클럽을, 아인슈타인·보어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들 그룹은 브레이크 없는 경쟁의 가속 페달을 밟아갔다. 한 움큼의 "작은 폭탄만으로도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페르미의 말을 모두 다 이해하고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양측 과학자들은 판단했다. 두 진영의 과학자들은 연구에 몰두했다.
책은 수많은 신문을 중독적으로 읽었고, 10여개 언어에 통달했으며, 한때 메이저리거였던 괴짜 스파이 모 버그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버그는 방대한 지식과 매력적인 언변을 무기 삼아 나치 과학자들을 추적하고, 설득하는데, 그 과정이 흥미를 자아낸다.
책의 원제는 '더 바스타드 브리게이드'(The Bastard Brigade). 하버드대 출신의 부잣집 도련님이자 동생을 질투한 조 케네디 주니어, 공산주의자를 혐오했으며 '바스타드 부대'를 이끈 보리스 패시, 젊은 시절 엄청난 것을 발견해 혜성처럼 학계에 등장했지만, 결국 이류 과학자로 전전한 새뮤얼 가우드스밋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눈길을 끈다.
이충호 옮김. 5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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