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 부동산 부실 우려에 금감원 "충당금 충분히 쌓아라"
"리스크 관리 취약땐 CEO 면담
해외자산 손실시 적시에 반영"
금융위 "전환사채 악용 철퇴"
국내외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금리 시기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은 가격 하락은 물론 거래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리스크 지표 등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관리할 방침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 10곳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과 간담회를 하고 "부동산 익스포저(투자 결과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의 비중이나 금액) 부실화가 증권사의 건전성·유동성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증권사는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도 진행할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리스크는 현재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나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추가 부실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먼저 연체율이 급격하게 올라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전성 강화를 당부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다. 2021년 말 3.71%에서 지난해 말 10.38%로 상승하는 등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빠르게 청산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황 부원장보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산건전성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조속히 상각하는 한편 사업성 저하로 부실이 우려되는 PF 대출도 외부 매각이나 재구조화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때에 대비해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건설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브리지론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국내 증권사들이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했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염려되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중 미매각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9398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해외 대체투자는 건별 금액이 크고 지분이나 중·후순위 대출이 많아 건전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상시적으로 자체 점검을 해서 투자 대상 자산의 손실 징후가 발생하면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저금리 시기에 국내 증권사들은 확충한 자기자본과 대출로 해외 부동산을 매수한 뒤 이를 다시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되팔면서(셀다운) 중개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자산가치 상승과 함께 임대수익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평가받았지만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인수한 부동산 자산을 다시 매각하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환사채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적인 지분 확대와 부당이익 사례가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의 조사 역량을 집중해 불공정거래에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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