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에 극단선택? … 경찰·학교는 "정황없어"
우울증 심해 입원 권유받기도
학교측 "고인, 학폭업무 무관"
동료 "수십통 민원 전화 고통"
◆ 추락하는 교권 ◆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여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A씨 죽음과 관련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해당 초등학교의 입장문 번복 등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0일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A씨의 일기장·메모장 내용과 유족, 학교 관계자, 주변인 진술을 종합한 결과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A씨가 특정 악성 민원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지난 2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우울 증상이 심해져 입원 치료까지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A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A씨의 학급에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또 A씨의 학급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에 담임교사가 수 차례 바뀌어 A씨가 세 번째 담임교사였으며, A씨는 업무 강도가 높은 학교폭력 업무를 맡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초등학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관련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A씨의 학급은 담임을 교체한 적이 없고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도 없었다. 또 A씨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 권한 관리 업무를 맡았고, 1학년 담임도 A씨가 희망해 맡은 것이었다.
그러나 A씨의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번복해 논란을 키웠다. 학교는 첫 입장문을 통해 B학생이 뒤에 앉아 있던 C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은 사안은 학교의 지원하에 다음 날 마무리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해당 내용을 삭제한 수정 입장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의 추가 제보를 인용해 "A씨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힘들어했으며 알 수 없는 경로로 고인의 휴대폰으로 수십 통씩 전화해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해당 학교에는 A씨를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아이들이 근조화환을 보고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 이날 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한편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의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외삼촌은 "학교 입장문에 변경된 부분이 있는데 왜 변경됐는지에 대해서도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선미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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