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만 높여도 아동학대 신고 … 면책권 없인 학생지도 불가능
◆ 추락하는 교권 ◆
교사에 대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폭행·폭언이 잇따르면서 일선 학교 현장의 교권도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온 사례를 고발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교직 사회에선 교사의 자체적인 생활 지도만으로 학생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 지도는 물론, 학부모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폭언·폭행이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서울교사노조와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한 공립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이 맡은 반 학생에게 교실에서 폭행을 당했다. 해당 교사는 초등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이 학생에게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바닥에 내리꽂히는 등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 평택시 한 고등학교 교사가 1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허리 등을 다치며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가해 학생은 자신이 다른 학생과 다투는 것을 목격한 피해 교사가 교무실에서 경위서를 쓰게 하자 지시에 불응한 채 교무실을 무단 이탈했고, 이를 저지하는 교사를 폭행했다.
이처럼 언론에 알려진 사례 외에도 학부모의 폭언·욕설이나 악성 민원,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 등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교육 일선에선 학생들의 교권 침해 행위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교육활동 침해를 저지른 학생에 대한 제재로는 교사의 훈계와 교권보호위원회 회부가 있다. 수업을 방해한 학생이 교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면 심의 결과에 따라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및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등 조치를 받는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교육활동 침해가 아닐 경우 교사가 생활 지도만으로 학생을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당장 교권 침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정당한 생활 지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업방해, 성희롱, 폭행 등 교권 침해를 고스란히 당한 뒤 사후적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부당한 고소 남발도 교사의 생활 지도를 무력화시키는 주범이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지도하고 피해 학생을 돕기 위해 개입하는 교사는 아동학대로 고소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수업시간에 난동을 부리는 아이의 몸을 잡거나 벌을 세우면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언성을 조금만 높여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며 "말로 타이르다 안 되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방치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작년 말부터 교권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사의 생활 지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교육부는 추후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조치사항에 대해 학교생활기록에 작성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 개정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개혁의 시작은 교권이 확립될 때 가능하다"며 "왜곡된 인권 의식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가영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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