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더 옥죄는 한미일…북 반발 거세지나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오늘(20일) 오후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했습니다.
3국 수석대표는 지난 4월 서울에서 대면 협의를 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외교부는 이들이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정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날선 비판
김건 본부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며 "지난 1년여간 핵심 과업들의 성과를 내는 데 계속 실패한 것을 목도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계속 추진했으나, 북한은 경제 파탄에 직면했을 뿐이고 희소한 자원을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탕진해왔다"며 " 인도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자력 갱생의 근거 없는 믿음을 살려보려는 헛된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의 안보만 해쳤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핵 공격 위협을 고조시킴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미는 어떠한 양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대신 한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동맹을 발전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입니다.
김건 본부장은 또 " 북한이 불법 행위에 대한 변명거리를 계속 찾으려고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반복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권위를 부정해왔으나 국제사회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열흘간 4번의 담화를 낸 데 대해서는 "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의를 마주한 북한의 불안감"이라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건 본부장은 어제 새벽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기습 발사한 것을 두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일과 국제사회의 결의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북한 자금줄 차단할 추가 조치 모색...북 반발 거세질까
3국 대표는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불법 자금줄을 차단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4일 북한의 핵 ㆍ미사일 개발 및 자금 조달에 관여한 개인 4명과 기관 3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우리 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은 개인 49명과 기관 50곳이 됐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에도 규탄 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 같은 공식 대응에 합의하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3국 수석대표는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과 악성 사이버 활동 근절을 우선 순위로 놓고, 대북 제재의 틈새를 메울 추가적인 조치도 모색할 방침입니다.
이같은 한미일 공조 강화에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북한이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처럼, 이번 협의를 자신들의 도발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두 번째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부질없는 반공화국(반북) 적대시 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 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더욱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갈 것"이라며 도발 지속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북한 의중은?
김건 본부장은 모두 발언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음을 재확인하고,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복귀시키기 위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또 "특별한 영향력과 책임을 지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독려하는 것도 오늘 협의의 중요 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언급하며 발언을 끝맺은 건데, 일각에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 북한의 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옵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담화문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의제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의제가 달라질 경우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포츠 외교 재개 움직임 등 북한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어 "한미일 공조가 추가 도발이나 핵실험으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대화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줄다리기를 하는 상태가 지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한미일 공조 계속..."북한 인권 문제 해결 필요"
김건 본부장은 한미일 수석대표협의에 이어 후나코시 일본 대표와 양자 협의도 진행했습니다.
두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며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일이 내년부터 동시에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점을 활용해, 대북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화하고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견인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특히 김 본부장은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탈북민, 이산가족 등 다양한 북한 인권 문제의 조속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안보리 활동이 북한 인권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김건 본부장은 내일은 성 김 미국 수석대표와 양자 협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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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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