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 25분 감소-40년 만에 최저' MLB도 느낀 '피치 클락' 효과, KBO도 '스피드업+세계화' 노린다

양정웅 기자 2023. 7. 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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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2023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피치 클락. /AFPBBNews=뉴스1
KBO. /사진=뉴스1
KBO 리그가 변화를 시도한다. '스피드업'을 위해 메이저리그(MLB)에서 이미 효과를 보고 있는 '피치 클락'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야구 대표팀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야구 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과 성적을 보임에 따라 리그 경기력 수준과 대표팀 전력을 함께 끌어 올리고, 저변 확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KBO는 4가지 장기적 목표를 들고 왔는데, 이 중에는 경기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피치 클락과 수비 시프트 금지, 자동 볼 ·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 도입, 무승부 폐지, 연장전 승부치기 적용 등의 사안이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피치 클락이다. 피치 클락은 투구와 타격에 들어가는 시간을 제한하는 규칙이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이내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이를 초과할 시 심판은 볼을 선언하게 된다. 타자 역시 8초 안에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MLB의 피치 클락 도입은 대성공, 경기 시간 줄고 득점 올랐다
2019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기간 도입된 피치 클락의 모습. /AFPBBNews=뉴스1
피치 클락 도입은 경기 시간 감소를 가져오기 위한 조치였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20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총 50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무주자 시 15초 이내에 투구하는 선수는 4.8%(483명 중 23명)에 불과했다. 이에 사무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마이너리그와 미국 독립리그에서 피치 클락을 실험했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지난해 경기위원회를 통해 총 11명 중 6명의 찬성을 받아 제도 도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리듬에 맞춰 투구를 하는 투수들은 당연히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매체 휴스턴 크로니클에 따르면 투수 라이언 프레슬리(35)는 "난 '올드스쿨'이다. 그래서 피치 클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사무국은 당초 2019년에 도입하려던 피치 클락을 4년이 지나서야 제도화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두 차례 언론 대상 규칙 설명회를 가지며 우호 여론 형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코디 벨린저(맨 오른쪽)가 경기 도중 심판에게 피치 클락 위반을 지적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시도는 눈에 띄는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또다른 야구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일 기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열린 1428경기에서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38분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1983년(2시간36분) 이후 40년 만에 가장 짧은 수치다. 또한 지난해(3시간3분)에 비해 무려 25분이나 줄었고, 2015년(2시간56분) 이후 8년 만에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대로 접어들게 됐다.
더 놀라운 점은 오히려 경기당 득점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경기당 득점은 9.2점으로 지난해 8.57점, 2021년 9.06점보다 늘었다. 점수는 올라가면서 경기 시간은 줄어들며 상대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올 시즌 빅리그 평균 관중 수는 2만 8455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만 8203명) 수준을 회복했다.
경기 시간 단축 필요한 KBO, 현장도 "스피디한 야구", "팬 위해서라면..." 호의적
KBO 리그 전체 평균과 10개 구단별 경기 시간. /사진=KBO 홈페이지 갈무리
KBO 리그도 꾸준히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대를 유지하고 있다.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4년에는 무려 3시간24분까지 올랐다. 올해 전반기 397경기에서도 정규이닝 3시간11분, 연장 포함 3시간16분을 기록 중이다. 팬들에게 긴장감 있는 야구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경기 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빅리그 규정 변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주관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다음 대회부터 피치 클락을 도입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KBO 역시 "국제대회 규정 변화에 대비하고 경기 스피드업 효과를 노린다"며 피치 클락 도입 이유를 밝혔다. KBO는 우선 2023년 하반기에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퓨처스리그 및 KBO 리그 전 구장에 피치클락 운영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2024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규정을 적용하고 KBO 리그에서는 2024시즌 피치클락 제도 시범 운영을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피치 클락에 호의적인 지도자들도 있다.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은 "피치 클락이 도입돼야 도루도 많이 나오고, 박진감 넘치고 스피디한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홍원기(50) 키움 히어로즈 감독 역시 "팬들을 위해서 경기 진행 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면 따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빅리그에서 효과가 증명된 피치 클락을 도입할 예정인 KBO 리그. 과연 정식 도입 후 한국에서도 비슷한 스피드업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피치 클락이 흘러가는 가운데 타석에 서 있다.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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