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수장 '동갑내기' 부회장 3인방 주목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7. 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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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임절차 개시…내달 숏리스트 거쳐 9월 최종후보 확정
윤 회장 4연임 나서지 않을듯
자체 후계 프로그램 육성 거친
양종희·이동철·허인 3파전
재무통·전략통·영업통으로
각각 강점 뚜렷해 각축전 치열

KB금융그룹이 차기 수장 선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이 용퇴하고, 양종희·이동철·허인 KB금융 부회장(가나다순)이 삼파전을 펼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후계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시행해왔기 때문에 외부보다는 내부 출신에서 선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결의했다. 회장 자격 요건 다섯 가지로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 노력을 정했다. 회추위는 다음달 8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정하고, 같은 달 29일 2차 숏리스트 3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9월 8일 후보자 3명의 인터뷰, 심층평가,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서 검증 기간이 길어지고 평가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선진적 선례'를 만들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추위는 숏리스트 선정 시기를 2020년 대비 3주 정도 앞당기고, 숏리스트 후보자 중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기간을 한 달로 늘렸다. 평가 방식도 인터뷰 횟수와 시간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를 추가하기로 했다. 외부 후보자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접을 준비하고, 회추위도 보다 면밀하게 후보자의 자질과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후보자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회추위는 매년 반기마다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추리는 규정에 따라 올해도 내부 인사 10명, 외부 인사 10명 등 후보 20명을 정했다. 여기에는 KB금융이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체계적으로 육성해온 부회장 3인방과 총괄부문장, 주요 계열사 대표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도 거물급 금융인이나 관 출신 인사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인선으로 윤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낮고, 그가 키워온 부회장 간 삼파전이 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윤 회장이 적당한 시점에 용퇴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회장 세 명은 1961년생 동갑내기이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다.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오른 양종희 부회장은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윤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부회장도 KB금융지주 재무 총괄 부사장을 맡아 윤 회장처럼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양 부회장은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KB 출신 첫 사령탑으로 KB손보를 5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합리적이면서 독창적인 발상을 하는 '아웃 오브 박스 싱킹'에도 능하다.

이동철 부회장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카드를 비롯한 비은행 분야를 모두 섭렵해 사업 전반에 걸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생명보험 부사장과 KB국민카드 사장을 맡아 디지털 혁신과 해외 사업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KB금융지주에서 전략총괄 부사장을 지내 전략 기획에 잔뼈가 굵다.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주도하는 등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맡아 '전략통'으로 불린다. 은행원 시절 뉴욕지점장을 맡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다. 소통과 역량을 중시하는 '뉴욕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허인 부회장은 사상 첫 3연임을 한 국민은행장이란 부분이 최대 강점이다. 허 부회장은 2017년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첫 국민은행장에 올라 4년간 은행을 이끌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원칙주의자로 강도 높은 윤리 경영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시중은행이 사모펀드 부실 판매 사태 등에 휘말릴 때 국민은행은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영업통'으로 꼽힌다.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화한 리더십을 갖췄다.

물론 부회장 세 명을 제치고 젊은 내부 출신 인사나 외부 인사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 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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