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처럼···언니가 된 소녀들의 '라스트 댄스'[서재원의 축덕축톡]

서재원 기자 2023. 7. 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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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여자 선수들은 빛나는 족적을 남겼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세계를 제패한 여자 대표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첫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비롯해 골프의 박세리(46), 역도의 장미란(40),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33), 배구의 김연경(35) 등이 우리나라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종목을 개척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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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세대 이끈 태극여전사들
호주·뉴질랜드 女월드컵 킥오프
장슬기·이금민 등 2010 주역들
이번 대회, 사실상 마지막 출전
지소연 "더 성숙해져···즐기겠다"
25일 콜롬비아와 H조 첫 경기
2010년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리를 이끈 장슬기(3번). 연합뉴스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여자 선수들은 빛나는 족적을 남겼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세계를 제패한 여자 대표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첫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비롯해 골프의 박세리(46), 역도의 장미란(40),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33), 배구의 김연경(35) 등이 우리나라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종목을 개척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 축구에서도 전 연령대를 통틀어 세계 챔피언에 오른 주인공은 여자 선수들이었다. 13년 전인 2010년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태극소녀들이 강호인 나이지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누른 뒤 결승에서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 축구 역사상 FIFA 주관 대회 유일한 우승 기록이다. 앞서 그해 7월에는 U-20 독일 여자월드컵에서 두세 살 위 언니들이 4강에 올라 3위를 기록하는 역사를 썼다.

세계 축구를 뒤흔들었던 소녀들은 ‘황금 세대’로 불리며 한국 여자 축구의 한 시대를 이끌었다. U-17 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피날레를 장식한 장슬기(29·인천현대제철)와 이금민(29·브라이턴), U-20 월드컵에서 8골을 몰아친 뒤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한 지소연(32·수원FC)과 수비수 이영주(31·마드리드CFF), 김혜리, 임선주(이상 33·인천현대제철) 등이다. 이들을 비롯해 한국 여자 축구의 첫 월드컵 본선이었던 2003년 미국 대회에 출전한 맏언니 김정미(39·인천현대제철)와 박은선(37·서울시청),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조소현(35·토트넘), 심서연(34·수원FC) 등도 황금 세대의 한 축을 이뤘다.

장슬기(왼쪽)와 지소연.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을 앞둔 현지 적응 훈련에서 둥글게 원을 그려 모인 선수들.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어느덧 소녀에서 30대에 접어든 언니가 된 이들은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20일 호주·뉴질랜드에서 시작된 2023 FIFA 여자월드컵에 출전하는 지소연은 “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2010년부터 10년 이상 함께한 친구들이다. 황금 세대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월드컵”이라며 “우리는 10년 전보다 성숙해졌다. 모든 선수에게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선수들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 세대의 라스트 댄스를 꿈꾸는 한국은 3회 연속이자 통산 4번째로 밟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여자월드컵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5년 캐나다 대회의 16강이다. 직전인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3전 전패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장슬기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고강도 훈련을 많이 해서 체력적으로 좋아졌다”며 “2019년보다 경험이 쌓였고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져서 그때와 경기력 자체가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콜린 벨(61·영국) 감독의 지도 아래 4년 가까이 ‘고강도 축구’를 갈고닦은 한국의 모든 준비는 끝났다. 11일 결전의 땅 호주에 도착해 현지 적응과 훈련에 돌입한 한국은 25일 오전 11시(이하 한국 시각)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H조 첫 경기를 치른 뒤 모로코(30일 오후 1시 30분), 독일(8월 3일 오후 7시)을 차례로 상대한다.

13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소녀들이 다시 한 번 한국 스포츠의 ‘우먼 파워’를 보여줄 때다. 주장 김혜리는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에 힘입어 확실히 전보다 많은 분들이 여자 축구를 접하고 있다”며 “이렇게 관심이 클 때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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