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 중에 제2 심권호가 분명 나옵니다"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3. 7. 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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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표팀 감독 맡은
韓 레슬링 전설 심권호
올림픽 금맥 끊긴지 벌써 11년
2020 올림픽선 '노메달' 수모
"교육·훈련 시스템의 실패"
취임 첫 亞선수권서 전패 굴욕
"시간 걸려도 뿌리부터 바꿔야"

"17세 이하 레슬링 대표팀의 아시아선수권대회 결과는 처참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의지를 봤어요.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8일부터 13일까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세계레슬링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여한 17세 이하 대표팀의 심권호 감독(51·사진)은 지휘봉을 잡고 뛴 첫 대회의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 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전패라는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심 감독은 "실력이 바닥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 그게 맞았다"면서도 "이 나이대에선 1등이나 꼴등이 거기서 거기"라며 시간은 많고 좌절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선수로 활동했던 심 감독은 2010년 LH 일반 사원으로 전환돼 2019년까지 직장 생활을 했다. 대표팀 지도자 복귀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트레이너 코치 이후 19년 만이다. 그가 국가대표 유망주를 가르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 감독은 대한레슬링협회 요청에 따라 대표팀 26명 중 6명의 핵심 유망주 선발에 관여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2명과 자유형 2명, 여자 자유형 2명과 합숙 훈련을 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심 감독이 유망주 키우기에 나선 건 한국 레슬링을 뿌리부터 바꾸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불화설이 나돌았던 협회와도 극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1988년 9개로 정점을 찍은 올림픽 메달 수는 2000년까지는 4개를 유지했지만 2008년부터 금맥이 끊겼다. 2012년 금메달 하나가 있긴 했지만 11년째 금빛이 사라졌다. '2020 도쿄올림픽'에선 반세기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심 감독은 "누가 뭐래도 교육·훈련 시스템의 실패"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국가대표 레슬링판과 거리를 두며 지내다 보니 '세계를 굴렸던' 자신만의 기술 노하우를 한 번도 푼 적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심 감독은 "선수 시절 누가 짜준 훈련 프로그램을 그대로 하지 않고 내게 맞게 바꿔 활용했었다"며 "내 훈련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직을 안 맡으면 안 맡았지, 맡은 이상 끝을 볼 생각"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선수들 중에 제2의 심권호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감독은 자신이 세계를 제패한 비결은 기술이라며 무엇보다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레슬러가 1~2가지 기술을 주 무기로 삼아 경기를 풀어갈 때 목 감아 돌리기, 옆굴리기, 돌아 빠지기, 업어치기, 태클 등 5~6가지 이상의 기술 레퍼토리를 구사했다. 많은 국민을 감동케 한 시드니올림픽 결승전에서도 옆굴리기로 2점을 선취하고 상대가 옆굴리기 방어 자세를 취하자 목 감아 돌리기로 바꿔 6점을 연이어 따내며 8대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그는 기술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3개월이라고 했다. 어떤 기술은 평생을 갈고닦으며 응용하고 변형해야 한다. 심 감독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올림픽 때 썼던 기술을 계속 변형시켜 왔다"고 밝혔다. 심 감독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5~8년으로 봤다. 하지만 시합 날 메달 색깔을 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하늘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심 감독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17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튀르키예로 향한다. 이를 위해 21일부터 일주일간 강원도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선수들과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심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보다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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