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재팬 회장의 러브콜..."日, 디지털전환 함께해달라"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현재 운영 중인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 지금 보다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 이런 새로운 물결 위에 여러분들도 함께 해달라."
20일 오전 일본 도쿄 프린스파크타워 오피스텔 지하 3층에 마련된 한 행사장. 무대에 오른 시니치 코이드 세일즈포스 재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콕 찍어 얘기한 '여러분'은 벤처·스타트업 대표들이다.
도쿄는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며 외출 자제령이 내려질 정도로 후덥지끈한 날씨가 지속됐지만 행사장 안은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3000여명의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세계 CR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는 이 자리에서 자사 솔루션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아인슈타인 GPT' 서비스를 연말쯤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이 서비는 △마케팅 GPT △커머스 GPT △세일즈 GPT △서비스 GPT 등으로 나뉜다. 이중 '서비스 GPT'는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상담원의 고객 대응을 지원한다.
이를테면 영업사원과 고객간 통화를 자동 녹음하고 요약한 후 후속 조치를 위해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지를 곧바로 알려준다. 영업에 필요한 리소스를 줄이고 해당 업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커머스 GPT'는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현 시점에 필요한 판촉 전략을 알아서 짜준다.
세일즈포스가 이 같은 기능을 추가해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면 세일즈포스와 인연을 맺은 파트너사들도 득을 본다. 세일즈포스가 운영하는 CRM은 일종의 스마트폰 앱스토어와 같은 '앱 익스체인지'를 통해 이뤄진다. 이곳에 자사 서비스를 등록한 기업들은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에듀테크 스타트업 페이지콜의 최필준 대표는 "교육 기관·기업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위한 솔루션을 사스(SaaS, 기업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데 앱 익스체인지에 저희 서비스를 올려 일본의 교육기관·기업들을 공략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세일즈포스 재팬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유일하게 해외기업으로는 한국 스타트업만을 특별초청했다. 국내 스타트업 해외진출 지원 전문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와 함께 에어스메디컬, 클라썸, 콜로세움 등 14곳을 공동 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본투글로벌센터 지역사업개발팀장은 "이들은 세일즈포스 생태계(앱 익스체인지) 진출이 가능하고,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보유했다"며 "세일즈포스와의 솔루션 매칭을 위한 개별 상담, 워크숍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중 차량 배차 솔루션 전문업체 위밋모빌리티의 전략기획팀 성명비 매니저는 "일본은 도로 사정이 매우 복잡한데다 물류 분야의 DX(디지털 전환)가 더디다는 점에서 기회를 였봤다"며 "우리 서비스가 일본에 진출하려면 정제된 일본 도로 맵(지도) 데이터가 필요한데 세일즈포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 내용도 모인 참관객만큼 다양했다. 세일즈포스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의 BM(비즈니스모델)을 전시한 '커스토머 석세스 엑스포'(Customer Success Expo)에선 글로벌 협업툴 '슬랙', 비즈니스 자동화 종합 플랫폼 '뮬소프트'(mulesoft) 등 최근 세일즈포스에 인수된 업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참관객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AI 기반 고객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한켠에 마련된 상담부스에선 일본 IT대표와 전세계 투자자들이 모여 "사업성이 있는 원천기술인가."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있는 게 뭔가" 등의 질문을 주고 받으며 명함을 주고 받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일본 스타트업 정보지 이니셜(INITIAL)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일본 스타트업 투자유치 총액은 4160억엔(약 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 기업의 업종분포도를 보면 IT분야가 1290억5200만엔(49.8%)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보수적인 사회·기업 문화로 인해 DX가 상대적으로 늦어지면서 이 분야에 투자금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AI, 사스, 핀테크, IoT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다"고 조언한다.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장은 "DX를 가속화하는 일본은 B2B(기업가 거래) 사스 시장과 클라우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아직 자체 솔루션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단계로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디지털 혁신기업들이 충분히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일본에 진출하고자 한 국내 ICT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판로 개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도쿄IT지원센터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연우 과학관은 "일본은 안정된 경영방식과 소재·부품·장비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세계 장수기업이 많지만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 사업모델이 부족한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역동적이고 DX 분야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주 많다"며 "국내 혁신 벤처·스타트업과 일본의 자본·네트워크가 조인트벤처와 같은 형태로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업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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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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