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전장연 '민폐' 시위
허조(1369~1439)는 조선 세종 때 명재상인 황희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인물이다. 그는 조선 건국 후 예악을 정비하고 국가 기틀을 마련하는 데 공을 세워 좌의정까지 올랐다. 허조는 태어날 때부터 어깨와 등이 구부러진 '척추장애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학식과 능력을 발휘해 신체적 장애의 한계를 극복했다. 조선시대엔 일반 장애인들도 저잣거리나 관청, 궁궐 등에서 일을 하면서 비장애인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지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을 치는 점복, 경을 읽어 질병을 치료하는 독경,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생계를 유지했다. 조선 실학자 최한기는 "어떤 장애인이라도 배우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립을 독려했을 정도다. 당시 조정도 '관현맹인' 같은 관직제도를 통해 장애인을 배려했다. 이웃과 주변 도움에 의존하는 삶 대신 자립하려는 장애인에 대해선 스스로 먹고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정창권 '마이너리티 리포트 조선').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가 또다시 출퇴근길 시위에 나섰다. 전장연은 12일부터 서울 종로 등에서 버스전용차로 앞을 가로막거나 버스 출입문 계단에 드러누워 버스 운행을 지연시키고 있다. 전장연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은 여당이 지방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데다 서울시가 장애인활동보조사업과 일자리사업 평가에서 '집회 시위 참여'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전장연 등이 최근 10년간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1400억원 중 일부를 출근길 지하철 시위 등에 썼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장연은 "단 1원의 보조금도 받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하지만 다수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고통을 강요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전장연이 도심 교통을 방해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는 것은 '민폐 시위'를 넘어 범법행위나 다름없다. 자립보다는 기득권 보호를 위해 툭하면 '사회적 약자'를 내세워 떼법·생떼 시위를 일삼는 집단적 횡포를 더 이상 묵인해선 안 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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