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이권 카르텔 혁파의 성공조건
尹 '세금 제대로 써야' 뜻 담아
진보진영만 겨눈 쇄신 계속 땐
적폐청산 시즌2 오해받게 돼
내 편 향한 개혁해야 진심 전달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때 "이권 카르텔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단어 하나하나를 따지고 들면 앞뒤가 안 맞는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진의는 수해 복구도 시급하고 이권 카르텔 혁파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본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혁파에 '꽂혀' 있다.
돌이켜보면 어느 정부든 특별히 국정의 무게중심을 둔 목표가 있었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 반열에 이권 카르텔 혁파를 올려놓았다. 정권 초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내세웠지만 이것도 노조 카르텔, 사교육 카르텔 혁파로 이어졌다.
대형 입시학원 강사가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나 예상되는 문제 유형을 언급한 사실, 수능 문제집 제작에 수능 출제진이 참여했다고 주장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사교육 카르텔 혁파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노조 소속 근로자 채용을 강제하면서 폭력까지 행사하는 건폭노조 단속 역시 박수를 받았다.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것도 성과로 남았다.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혁파 의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1만1195개 시민단체를 전수조사해 정부 보조금이 부당하게 지급되는 사례가 없는지 살핀 것이 대표적인 이권 카르텔 혁파 사례다. 지난 7월 4일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금융·통신 과점 체계를 이권 카르텔로 지목했다.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연구개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21년 6월 대선 출마 기자회견 때다. 5개월 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날에도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겠다고 했다. 인수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상휘 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은 이권 카르텔 혁파에 대해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가까운 사안"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여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지목하는 '이권 카르텔'이 진보 진영에 국한된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상대편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작업들을 했다. 그래서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는 이권을 독점하려는 정치적 '갈라치기' 수준의 의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 정부도 좌파 운동권 세력과 이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민주노총과 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 등 진보 진영만을 상대로 이권 카르텔 혁파를 계속한다면 적폐 청산과 차별성이 없다. 박수 치던 국민들도 등 돌릴 것이다.
이권 카르텔 혁파의 핵심은 '세금이 제대로 쓰이게 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상대가 아닌 내 편의 부조리부터 쳐내야 한다. 예를 들면 법조 카르텔이 있다. 변호사로 전업한 판검사들이 전관예우라는 이름으로 특별대우를 받는 것에 많은 국민이 눈살을 찌푸려왔다. 마침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법조 카르텔부터 손본다면 그 진심이 와닿을 것이다.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요직에 '낙하산'으로 가는 것도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이다. 이런 것들부터 정리한다면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혁파가 적폐 청산과 확실히 다르다고 국민들이 믿을 것이다.
[이진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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