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무댕이에 묻혔나, 떠내려갔나” 6일째 아내 찾는 예천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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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무댕이에 묻혀 있나, 도랑으로 떠내려갔나, 어디에 눌려 있나. 어휴."
20일 낮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벌방교회에서 만난 이재범(65)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방리에서는 이씨 아내를 포함해 2명이 실종됐는데, 엿새째 구조 소식이 없다.
이씨는 2년 전 경기도 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예천으로 귀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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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폭우]
“흙무댕이에 묻혀 있나, 도랑으로 떠내려갔나, 어디에 눌려 있나. 어휴.”
20일 낮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벌방교회에서 만난 이재범(65)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전 내내 아내를 찾기 위해 토사와 돌, 나무에 파묻힌 마을길을 헤매고 다녔다. 그의 아내는 지난 15일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자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실종됐다. 아내를 애타게 찾아다닌 그의 검지 손톱은 반으로 깨졌고, 양손과 무릎은 반창고 투성이었다. 벌방리에서는 이씨 아내를 포함해 2명이 실종됐는데, 엿새째 구조 소식이 없다.
“애들하고 하천 아래까지 비 맞아가면서 이틀을 걸어 다녔어요. 아주 답답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잖아요. 흙 퍼내는 작업만 마무리되면 집 근처까지 가서 수색해봐야죠.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아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울 힘도 없었다. 이날 찾은 벌방리는 여전히 진흙투성이였다. 구조당국은 포크레인으로 흙과 돌을 끌어모아 트럭에 싣는 작업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7일 이곳을 찾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통령 왔다 가면 뭐합니까. 장비를 더 들여다 주던가, 수색에 도움되는 일을 해야지요. 떼거리로 몰려와서, 뭐 난리 난 거 구경 왔습니까.”
이씨는 2년 전 경기도 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예천으로 귀촌했다. 지난 15일 새벽 3시께 이씨는 마을 이장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물이 넘치는 곳이 있으니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전화였다. 윗집에 사는 70대 어르신이 마당까지 물이 들어와 도와달라고 연락 왔지만, 윗집으로 가는 다리에 물이 넘쳐 넘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다리를 못 건너서 다시 집에 들어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쾅쾅쾅쾅’ 소리가 나더니 토사가 들이쳤어요. 정말 잠깐 사이에, 아내를 붙잡을 시간도 없었어요. 그때 다리를 건너서 윗집에 갔으면, 집은 잃어도 아내는 잃지 않았겠죠.”
현재까지 예천에는 이씨 아내를 포함해 모두 3명이 실종된 상태다. 구조당국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인력 636명, 장비 46대, 구조견 9마리 등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지난 19일부터 비가 그치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처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폭우로 유실되거나 침수된 66개 도로시설은 68%가량 응급 복구를 마쳤다. 경북도는 수해로 생계 곤란을 겪는 이재민에게 긴급복지 생계지원금(1인 가구 기준 62만3300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예천군 등에는 긴급복구지원반 80명을 투입해 침수로 고장 난 전기와 보일러 수리를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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