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재활은 암 치료와 같은 것”···한국 방문한 ‘60년 역사’ 미국 재활센터 회장
“60년 전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가 개소했을 당시 창립자들은 마약류 문제가 범죄가 아니라 건강과 관련한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마약을 사용하고 체포당하고 다시 나와서 또 마약을 사용하고 체포당하는 악순환을 인지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마약 중독 재활 기관인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데이탑 빌리지)의 미첼 넷번 회장은 20일 한국을 방문해 마약 중독을 ‘건강’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대전 동구에서 열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부설 ‘충청권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개소식 자리에 넷번 회장을 초빙해 간담회를 열었다. 개소식 후에는 데이탑 빌리지와 마약류 중독 예방과 재활 인력 양성 등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데이탑 빌리지는 미국 뉴욕주에서 60개 이상 시설을 운영하며 매년 3만3000명 이상의 마약 중독자에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온 민간 마약류 치료·재활 기관이다. 1953년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활·치료기관으로 꼽힌다.
넷번 회장은 마약 중독 재활을 ‘암 치료’에 비유했다. “암 치료를 완료했다고 해도 10년, 20년 후에 언제든 재발이 가능한 것처럼, 마약 재활 프로그램을 완료했던 사람이 다시 한번 마약에 손을 댄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실패자,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희는 늘 문을 열어두고 돌아올 때마다 환영해주고 오히려 과거의 재활 경험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탑 빌리지는 치료 과정이 끝난 후에도 마약에 조금이라도 유혹을 느끼는 회원들을 위해 ‘회복(recover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업 교육도 제공한다. 넷번 회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한 사람이 마약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도구가 갖춰지면 이 사람이 치료가 완료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직업 등 새로운 일상은 마약을 잊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데이탑 빌리지의 직원들 다수도 과거에 중독자로 센터에 들어와 프로그램을 이수했던 사람들이라고 넷먼 회장은 말했다. 이들은 이제 새로 중독 치료를 받는 이들의 ‘롤모델’이 됐다.
데이탑 빌리지는 특히 청소년들의 재활·치료에 주목했다. 넷번 회장은 60년 전 창립자들이 인지한 미국의 마약 중독 청소년들의 악순환이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청소년 마약 사용률이 급증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혼자 있게 되고 혼자 있으면 다른 게 할 게 없어 마약류 사용이 급증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마약을 공급받을 수 있는 채널이 생긴 것도 한몫했고요.”
넷번 회장은 미국의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 가정폭력이나 범죄현장 목격 등 트라우마를 경험한 채 친구들이나 가족, 길거리 등 다양한 경로로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에 중요한 건 창의력”이라며 “청소년들이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를 활용하고 학교, 가정, 종교시설 등에서 마약류 사용에 대한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도 최근 들어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마약사범 중 20대 이하 연령층이 차지한 비율은 34.2%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날 국내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충청권 중독재활센터는 기존 중독재활센터 기능에 더해 ‘청소년 재활’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 상담, 미술·야외 활동, 건강한 친구관계 형성법 등 재활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센터는 프로그램실과 교육장, 상담실, 사무실 등으로 구성됐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충청권 센터는 자발적으로 등록한 중독자에게 상담·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마약류 사범에 대한 의무교육·재활 등도 수행한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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