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몸값 3조' 기업도 있는데…한국은 '폐업위기' 겪는 이 산업

최태범 기자 2023. 7. 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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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서비스에 IT 기술을 접목한 사업, 리걸테크(Legaltech)는 한국에서 전문 직역단체의 반대로 인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미래 성장성이 큰 산업 영역으로 꼽힌다.

시장이 성숙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걸테크 산업을 바라보는 국내 변호사단체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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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무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사이의 싸움에서 로톡의 손을 들어주고, 대한변호사협회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3.02.24.

법률 서비스에 IT 기술을 접목한 사업, 리걸테크(Legaltech)는 한국에서 전문 직역단체의 반대로 인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미래 성장성이 큰 산업 영역으로 꼽힌다.

2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는 7000여개, 투자규모는 113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48억달러(약 6조원)가 최근 2년 사이에 투자됐다.

트랙슨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리걸테크 기업이 북미에 20개, 유럽에 3개, 아시아 2개 등 적어도 25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에서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미국에서는 리걸줌, 아보, 로켓로이어 등 다양한 법률플랫폼이 등장했다. 특히 2001년 설립된 리걸줌은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은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리걸줌은 △변호사 검색 △법률 문서 작성 △법률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IT 적용 느린 일본도 유니콘 나오는데…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직원이 드나들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변호사 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하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심의한다. 2023.7.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이 비교적 느린 일본에서도 법률서비스 온라인 광고 플랫폼인 '벤고시닷컴'이 기업가치 2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2005년 설립 이후 지금은 일본 변호사의 절반가량이 이용하는 최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벤고시닷컴은 변호사 소개, 법률 상담, 견적 요청 등의 서비스를 망라한다. 이용자가 지역과 분야를 선택하면 변호사를 추천해주고 게시판에 법률 상담을 적으면 변호사가 답해준다.

초창기에는 적자를 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설립 9년째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2014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87억엔(약 797억원), 영업이익 11억엔(약 100억원)을 기록했다.

리걸줌과 벤고시닷컴도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리걸줌은 2008년부터 8년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변호사협회와 갈등을 겪었다. 다른 주의 변호사협회들도 소송전을 벌였으나 리걸줌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으로 소송을 포기했다.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주 변호사협회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리걸줌이 제기한 13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승소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합법 서비스'로 인정하며 합의에 이르렀고, 리걸줌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벤고시닷컴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있었으나 2018년 일본변호사연합회가 '변호사 정보 제공 웹사이트에 관한 지침'을 만들면서 일단락됐다. 단순 광고는 허용하되 알선은 위법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변호사회는 리걸테크의 건강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은 왜?

[과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법률 플렛폼 '로톡'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의 심의위원회가 열린 20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이태한 부협회장(왼쪽부터), 정재기 부협회장, 이은성 제1정책이사가 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7.20.
한국의 경우 리걸테크 산업은 일반 대중에게는 거의 인지도가 없는 수준이다. 시장이 성숙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걸테크 산업을 바라보는 국내 변호사단체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한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로톡'과 같은 변호사 광고 플랫폼에서는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 변호사가 사건 수임에 유리해 법률시장이 왜곡될 것으로 봤다. 사실상 '알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하고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다.

이후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변호사 회원이 급감해 수익이 악화하면서 임직원을 절반가량 내보냈다. 강남 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후발 주자인 로앤굿은 대한변협이 플랫폼 서비스의 합법성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과 법률시장의 투명성 제고라는 공익적인 부분들을 고려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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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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