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아이라서" 영하 날씨에 신생아 버린 20대…법원 선처, 이유는

남자친구와 강릉 여행을 갔다가 전 남자친구 아이를 몰래 출산한 뒤 영하의 날씨에 버리고 달아난 20대 친모가 법원의 선처로 풀려났다.

친모는 범행 이후 당시 여행을 함께 간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피해아동은 현재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뉴시스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4)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양육이 어려웠다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다른 사람에 의해 양육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도 겨울에 (아기를) 방치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친모와 친부의 양육 의지나 능력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아기가) 행인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고 미수에 그쳐 다행"이라며 "피해아동의 친부와 결별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생활하던 중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고, 피고인의 어려웠던 사정을 대부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범행 이후 남자친구와 혼인했다"며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친모로서 인륜에 반해 3일 된 신생아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행으로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면서 "피고인은 범행 이후 아동 양육 의지를 보이지 않고, 범행 전후 태도도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17일 남자친구와 강원 강릉시에 놀러 갔다가 혼자 병원에 가서 출산했다. 다음날 B군(1)을 병원에 놓고 퇴원한 A씨는 남자친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가 20일 다시 혼자 병원에 찾아와 아기를 데리고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몰래 데리고 나온 아기를 비닐봉지에 넣고 길거리에 버렸다. 당시 기온은 영하 0.5도였다. 당일 오후 4시30분쯤 둘레길을 걷던 한 시민이 아기를 발견했다. 아기는 저체온증 증상을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

검거 당시 A씨는 "전 남자친구의 아이라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B군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관할 지자체장 직권으로 출생신고가 완료된 상태라고 전해졌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