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최저임금 결정, 이게 최선일까
1987년 출범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제도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구성원은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과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이들을 중재하는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이다. 이들은 노사의 요구안을 중재해 합의안을 도출하거나, 합의가 어려울 경우 대안을 제시해 투표 등으로 결정한다.
지난 19일 최저임금위가 역대 최장 심의 기간을 110일로 경신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860원으로 결정한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달성을 주장한 노동계는 물가 상승분까지 반영해 최초 안으로 1만2210원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9620원 '동결'을 요구했다. 공익위원들은 역대 최다인 15차례 회의를 열고 10차 수정안까지 받으면서 노사 간 격차를 2590원에서 180원으로 좁혔다.
15년 만의 노사 합의 결정은 그러나 근로자위원의 한 축을 맡은 민주노총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차가 줄었다고 판단한 공익위원들은 9920원을 합의 조정안으로 제시했지만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반기를 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그들 진영의 대의가 꺾인다는 판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근로자위원은 1만원을, 사용자위원은 9860원을 최종 요구안으로 제시해 투표에 부쳤고 공익위원 조정안보다 60원 낮은 금액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정해졌다.
민주노총은 결정 직후 최저임금위가 "저임금 노동자와 모든 노동자의 꿈을 짓밟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수의 시선에서 내년 저임금 노동자를 짓밟은 결정을 내린 것은 최저임금위가 아닌 민주노총으로 보일 것이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심의 후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최저임금위 규모 축소 등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비용'이 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었다. 언제까지 이처럼 소모적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나.
[이진한 경제부 mystic2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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